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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낼까? 조나단 스위프트처럼 좀 상상해 보기로 했다. 여행기는 왜 소인국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했을까? 같은 질문부터 출발해 봤다.
글은 구체적인 것 디테일이 있어야 독자의 몰입을 유발할 수 있다. 소인국에 처음 사로잡혀서 이동되는 과정이 난 지루할 정도로 자세히 묘사된다.
번역자의 주에 따르면, 영국의 휘그당과 토리당을 풍자한 것이라는데 스위프트는 휘그당에서 토리당으로 갈아탄 역사가 있다고 전한다.
이런 파당의 역사는 우리의 붕당의 역사,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물론 현대 영국의 노동당과 사민당에도 다 해당되는 현재진행형 아닐까 싶다. 서로 정권을 잡겠다는 다투는 양상이 기실 알고 보면 이런 아주 사소한 이해관계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정파와 정치인의 졸렬함을 소인국에 빗대어 표현하려고 했던 것 아닐까? 또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이 이런 정파들의 파벌에 의해 좌절된 것에 대한 분노에 기인하여 마음껏 씹어대는 것 아니겠는가?
그 전쟁의 발단은 이러하다. 우리가달걀을 먹기 전에 그것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위쪽의 넓은 부분을 깨서 먹는 방식이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현 폐하의 할아버지가 소년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오래된 방식으로 그것을 깨다가 그만 손가락 하나를 베고 말았다. 그러자 황자의 아버지인 황제가 모든 신민들은 달걀의 밑부분을...칙령을 내렸고... 사람들은 이 칙령에 크게 분개했고 ...(55p~56p)
소인국에는 두 제국이 서로 죽일 듯이 전쟁을 하고 있는데 그 다툼이 근원이 계란을 먹는 방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역주에 따르면 구교(프랑스)와 신교(영국)의 갈등을 이런 식으로 풍자했다는 것이다. 서양 역사라는 것이 결국 예수님 어떻게 믿느냐를 갖고 싸운 것인데 참 소인배들의 역사라고 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역사의 순간에는 역사 주체 개개인은 진정성있게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겠으나 그 결과는 무고한 민중 다수의 죽음 뿐이지 않았는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역사적 설명을 해 주었더니 왕은 깜짝 놀랐다. 그 사건들이라는 것이 음모, 반란, 살인, 학살, 혁명, 추방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들이 탐욕, 파당, 위선, 배신, 잔인, 분노, 광기, 증오, 시기, 욕정, 악의, 야심 등이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161p
인간의 역사라는 것을 저 먼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 들으면 아마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왜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가? 지금 이 순간의 역사만 봐도 그렇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명박의 4대강을 비롯한 각종 비리 사건들 김학의의 집단강간 어디 그뿐이랴 전두환의 무자비한 광주학살 더 거슬러 올라가 이승만이 자행한 온갖 학살행위들 그럼에도 우리는 제대로 그에 대해 단죄하지도 못하고 있다. 거인국의 국왕이 걸리버로부터 들은 영국역사에 대한 반응 -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사의 거울에 우리의 역사를 비춰 보고 깨어 있는 시민으로 잘못된 역사를 더이상 반복하지 말자.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트록 의회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가? (중략) 이처럼 열렬히 의회 입성을 바라는 신사가 선거 때 들어간 비용과 노고를 보상받겠다는생각을 가지고 않겠는가?
159쪽
등골에 땀이 들어찼다. 민주주의는 인류가 생각해 낸 최후의 정치체제인가? 모두가 민주주의로 가야하나? 아랍의 봄이 보여준 것은 거기에 열강의 개입이 있던 없던 잔혹한 민중학살과 사회혼란으로 점철되고 말았다. 카다피가 없는 리비아는 생지옥이다. 후세인이 제거된 이라크가 생지옥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독재자를 두둔해서도 안 되겠지만. 철인정치, 덕에 의한 정치, 공자의 仁政도 민주주의보다 어쩌면 더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성인이 철학적 현자가 계속 집권할 수만 있어도. 대통령이 하나 바뀌어도 사회가 인문한적으로 성숙되어 가는 느낌이 나는 것은 나만의 개취(개인취향)일까? 적어도 2019년 한국은 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일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현 정권을 깔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사회가 관용의 폭인 넓어진 것이고 언론의 자유가 더 보장되었다는 방증아닐까?)
거인국 국왕의 지적은 통렬하고 특히 지금 한국의 선거제도는 패스트트랙에 올려졌지만서도....
하루빨리 지역구 중심의 소선거구제도 타도되어야 한다. 예산에 자기 지역구 이기적인 예산편성 관행도 사라질 수 있고 지역구내 금품 살포 사전 선거운동도 예방이 가능하다. 지역구 없애고 비례대표제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향후 5:5 비중으로 가야한다.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고 소수정당이 발언권이 높아지는 것이 지당함에도 끝까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일부 극렬수구보수의 행태는 다음 선거로 철저히 민중의 표심으로 단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