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밤의 양들 - 전2권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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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복음이 기록하고 있는 즉 성서 속의 예수를 우리는 매우 단편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영어 공부하겠다고 Holy Bible 끼고서 띄엄띄엄 읽었던 시절부터 매일 주일을 꼬박꼬박 나가서 목사 설교를 통해 이해하는 요즘까지

 

여전히 신약의 Gospel들이 아름다운 서사를 들려주고 있으나 그때의 느낌 뭔가 생생한 현장감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이런 답답함에 온전히 예수의 말씀만 편집되어 나온 도마복음은 동양의 논어나 노자처럼 주석 없이 설명 없이 읽기는 버거운 느낌이 든다.

 

콥틱어사전 앱을 깔아서 콥틱어로 한 번 도전해 볼까. 영미권에서는 Five Gospels라는 책이 나와서 세계적 권위의 신학자들이 모여서 진짜 예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편집해 놓기도 했고 서재에 지금 그 책이 고이 모셔져 있다.

 

성서를 제대로 읽겠다는 내 나름의 도전은 그 후에도 계속 이어져 왔는데 Bible Dictionary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뜻있는 지인들과 독서회를 해 보고 싶기도 해서 기존 보수적? 신학계 주석서도 사 모아 놓기도 했다가 이런저런 진전이 없어 다른 사람 다 주어 버렸다.

 

도올 선생님의 큐복음서, 기독교 성서의 이해 등은 학문적이게 성서에 접근하게 해 주는 좋은 책이며 선생님께 서 인용하신 독일 신학계의 연구성과라든지 그간 쏟아져나온 주석서들의 목차만 훑는 것만으로도 왠지 배부른 느낌이 든다.

 

"밤의 양들" 이 책을 전혀 일말의 기대 없이 그냥 재밌는 소설 한 편 읽자고 달려들었더니 "" 하고 머리를 한 대 쥐며 박힌 듯한 충격이 내게 왔다.

 

공관복음서는 인류사를 이천 년 넘게 지배해 온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뤄왔는데 사실 여기에 뭔가 새로운 첨 필을 가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의 꽤 긴 기간 금기시됐다. 최근 한국의 작가 김진명의 "찍지"에서 드러나듯 라틴어 성서는 함부로 아무나 봐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권위 있는 자격 있는 신부나 사제의 입으로만 전승되어야 하고 필사되는 것이었다.

 

이번 "밤의 양들"은 기존 복음의 spin-off 시리즈라고 비교하면 무리일까? 미국 드라마에서 보면 (좀 오래된 유파라) CSI가 인기를 끌자 Miami NY 편이 생기는 것처럼. 그간 신약의 분위기를 한층 더 소설적인 효과로 끌어낸 글이 있었던가 싶다. 물론 슈바이처 박사의 historical Jesus도 있고 내 깜냥을 벗어난 여러 책이 있을 것이지만 대중의 접근을 고려하면 이 책 만한 책도 없는 듯 것 같다.

 

이런 문학적 상상력이 더욱 확대 재생산되면 어떨까?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지 않고 어딘가 계속 살았다는 외전도 들은 것도 같다. 그래서 로마가 기독교화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었던 게 아닐까? 예수는 철저한 헬라 문명권의 사람이었다. 즉 헤브라이즘이 아니다. 예수의 철학의 그 시원은 어디인가? 예수의 어린 시절은 어떤 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고대 문명 전체를 조망해서 예수 탄생 무렵의 시대소설이 나오면 어떨까?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가르침 말씀 하나하나에 집중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교조적이거나 종교적 완고함에서 벗어난 그리고 현대적인 의미로서 그 말씀을 재밌게 이해하고 우리의 삶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도 나만의 성서를 읽는 노력을 다짐해 보고 작가 이정명처럼 시공간을 넘나드는 새로운 장르의 복음소설 집필하는 미래를 꿈꿔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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