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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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봉이 목포에 유배를 가서 쓴 글 중 현재 삼봉집 4권 說에 실린 글이 있다 答田夫라는 제목인데 그 시작은 다음과 같다.

"寓舍卑側隘陋。心志鬱陶"

고전번역원의 해석을 그대로 옮기면 "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고, 좁고 더러워서 마음이 답답했다." 인데 삼봉의 글을 현대적 느낌을 살려 번역하면 鬱(막힐 울) 우울하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을 개국하고 설계한 위대한 인물도 우울했다. 

WHO는 이미 2020년!에 우울증이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질병 1위가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미.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것이 이미 2005년 이래 20대의 대표질환이 우울증으로 드러났다. 이미 위험수준에 다다랐는데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우리가 스스로 쌓은 정신과 병원 문턱은 높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이는 피부로 체감해온 본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정신과 병원은 이미 환자로 넘쳐나고 있다.)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사물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말만 놓고 보면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병은 다 나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전한 이성교제 번번이 못해 본 쇼펜하우어의 말을 난 크게 신뢰 못할 것 같다)

#1 조울증 
Melissa and Tammy  Felton이란 CSI 시즌2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좀 더 예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Primal Fear란 영화도 떠오른다. 영어로 bi polar라고도 불리는데 참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물론 책에서 다룬 조증과 우울증의 극단적인 예로 위의 두 영상을 꼽았지만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안 되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이런 감정의 기복은 낯선 것 아닌 것 같다. 

조증의 자기진단 테스트 
지나치게 기분이 들뜨고 말이 많아진다.
새로운 사업이나 일을 준비 없이 시작하고 성공을 확신한다.
도박이나 무리한 투자, 무분별한 음주나 성생활, 쇼핑 등에 몰두한다.

책에 소개도니 자가진단 테스트인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애써 무시했던 내 마음 속에 이상증세를 끊임없이 점검하게 되었다. 

#2 상실과 애도
상실이 주는 우울감 만한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주위 분들과 이미 죽음으로 단절되었다. 과연 나는 괜찮은것인가? 가장 가까이에는 아버지의 죽음이 준 영향력은 20년이 지나도 여전한 것 같다. 갑자기 보고 싶고 아버지라는 존재가 남긴 삶의 흔적은 영롱한 추억으로 강하게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그 일이 벌어진 당시에 어머니는 충격 속에 혼절하셔서 추도식을 제대로 집전하지 못하실 정도였고 그로 인해 나쁜 생활습관이 당뇨를 불러왔고 고혈압이 생겼다. 아버지의 누나였던 고모 역시 그로 인해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지셨다.  불의의 사고로 숨지셨는데 지금 돌이켜 보건대, 아버지는 나의 교육을 위해 직장 내에서 다른 현장으로 옮겨 가는 것을 자청하셨다. 그 현장에서 돌아가신 것이니 어쩌면 내가 공부를 잘 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기도 하다.(책에서 말한 자아존중의 상실이 아닐런지...) 

#3 공황장애: 연예인들 중 개그맨들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정찬우 빨리 회복되어 컬투쇼로 돌아 왔으면 좋겠다. 

#4 번아웃증후군 & 만성피로증후군 
일과 관련이 있어서 같이 묶어 보았다. 정말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다 해당될 것 같다. 그렇게 책임감도 없고 적당히 성실한 나는 아직까지 여기 두 질환?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가끔 "귀챠니즘" "다 하기 싫어"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매일 새벽 5:30에 일어나면 한문 공부, 시 필사, 뉴스공장 청취, 에스프레소 내려마시기, 클래식 라디오 감상이 매일 나의 똑같은 일상이다. 그런데 이게 삶의 큰 즐거움인데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채널돌리기만 멍하게 하거나 자제하고 자제하던 미국스포츠 중계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예전에는 참 이런 일에 죄책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조금 봐주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는데 이 책으로 약간의 면죄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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