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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재투성이 황비님 - 제로노블 046
이해람 / 제로노블 / 2018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불의의 사고로 한국에서 생을 마감한 뒤 예전에 읽었던 ‘황자님 차지하기’라는 소설 속의 단역 리에나로 환생하게 된 여주.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여주는 조용하게 리애나로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평범한 삶을 꿈꿨지만 몸이 약한 엔타니 영애 대신 토렌 제국의 황자비를 간택하는 자리에 나가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됩니다.
원작 소설을 읽었기에 황자 하이엔이 루나라는 여자를 선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리애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해서 조용히 일 년만 버티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험과 연회의 내용, 황자의 취향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리애나는 계획적으로 황자가 원하는 황비의 상과 반대로 행동하는데요.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다른 영애들과 달리 까칠한 리애나의 행동에 흥미를 느낀 하이엔이 적극적으로 다가오면서 오히려 황자비로 간택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책빙의, 걸크러시 여주, 신분차이 등 제가 선호하는 키워드가 많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앞뒤가 맞지 않는 설정이 좀 신경 쓰였어요.
일단, 나는 엑스트라니까 드라마 보는 심경으로 남주랑 여주가 이뤄지는 거 구경이나 하겠다며 지나가는 영애 2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 리애나가 너무 튀는 행동을 해요.
눈에 안 띄려면 소극적으로 얌전히 있어야 하는데 대놓고 하이엔을 무시하며 관심을 끌지를 않나, 시비 거는 영애들과도 적극적으로 싸우면서 존재감을 어필하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말로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니 날 좀 가만 두세요.’ 하면서 행동은 전혀 다른 리애나의 아이러니함이 좀 황당했습니다.
처음에는 하이엔과 엮일 마음이 없었던 리애나가 제2 황자의 반역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사람을 모으며 준비했다는 것도 신경이 쓰였는데요. 애완동물 까마귀로 엔타니에 연락을 하며 사람을 모은 걸 보면 꽤 초반부터 준비했다는 건데, 그 때는 하이엔에게 열심히 철벽치고 있었던 때라 하이엔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졌어요.
허술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자존감 강한 리애나의 거침없는 행보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엔타니 영애 행세를 하면서 나름 성질을 죽인다고 하지만 전혀 죽여지지 않는 걸 봐서 전생의 그녀도 굉장히 센 캐릭터였을 것 같아 그녀의 전생은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네요.
시종일관 강한 캐릭터였으면 비인간적인 느낌이 들었을 텐데, 이미 줄거리가 정해져 있는 곳에 환생했다는 허무함에 힘들어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소설과 달라지는 내용에 불안해하는 약한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소설 속의 세상이 현실이고 소설 속 인물들도 모두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붕 뜬 존재로 살았던 리애나가 하이엔을 사랑하게 되면서 진정한 소설 속 인물로 거듭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시작부터 끝까지 강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리애나에 비해 황자 하이엔은 갈수록 존재감이 흐릿해져서 아쉬웠습니다.
끝까지 읽지 못한 소설로 인해 알 수 없었던 하이엔의 과거를 리애나가 안타까워하기에 과거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가 나올까 했는데 슬쩍 언급하고 지나가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었고요.
싸가지지만 능력 있는 황자라는 설정인데 동생의 반역을 눈치 채지 못해서 리애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무능하게 보여서 안타까웠어요.
리애나가 평민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리애나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는 리애나를 만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결국 리애나가 황비가 되기는 하지만 그 전에 반역을 저지한 공으로 평민에서 남작의 지위를 받고나서 황제의 인정을 받은 거라서 씁쓸했어요.
하이엔이 그렇게 매력이 없는 설정은 아니었는데 리애나의 활약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쓰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이 부각됐지만 최근에 읽은 소설 중 순위권에 들 정도로 괜찮게 읽은 소설입니다.
톡톡 튀는 리애나의 활약이 마음에 들었고, 리애나와 하이엔의 밀당도 은근 알콩달콩 해서 좋았어요.
전형적인 전개로 흘러가서 특색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책빙의물, 걸크러시 여주 키워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괜찮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