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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산군님 산군님
차한나 지음 / 문릿노블 / 2018년 4월
평점 :
금낭산 산군님의 은혜를 입은 것을 계기로 심마니가 된 아버지가 실종된 뒤 홀로 살아온 강희.
여느 때처럼 마을 아낙들과 약초를 캐러 금낭산에 갔다가 길을 잃게 된 강희는 우연히 보게 된 말하는 여우들의 뒤를 따라 선인들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여우들의 집까지 엿보는데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으나 낮에 본 산삼을 잊을 수 없었던 강희는 밤중에 홀로 산으로 갔다가 여우 미호를 만나 집을 엿본 사실을 추궁 받고, 두려움에 산군님의 신부라는 거짓말을 하고 맙니다. 그 거짓말로 인해 강희의 운명은 크게 뒤바뀌게 되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꼼짝없이 여우에게 잡아먹혔을 텐데 순간적으로 아버지의 말을 떠올려 위기를 모면하는 강희의 재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장의 위기는 넘겼으나, 대책 없이 산군의 신부라는 간 큰 거짓말을 했으니 노한 산군님의 벌을 받을 것이 분명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여우 만나 살아남았더니 그 다음은 호랑이라...
분노한 호랑이 산군님의 포스는 어마무시 했으나, 우리의 강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천연덕스럽게 ‘어릴 때부터 산군님의 신부가 될 것을 꿈꿨습니다, 서방님.’ 하고 또 거짓말을 하며 이 산골 제일의 산군님의 신부는 나야 나~! 하고 자기 PR까지 기똥차게 하니, 그 적극적인 모습에 산군님도 넘어가고 맙니다.
강희가 거짓말에 재능이 있기도 했지만 산군님이 의외로 무척 순진하고 마음이 약해서 정말 귀여웠어요. 자신의 꼬리를 안고 엉엉 우는 강희에게 마음이 약해져서 핥아주는 모습을 보며 이것은 냥님의 꾹꾹이와 동급인 핥핥이 아닌가! 하고 흥분했습니다.
살려고 그런 것이긴 하지만 강희가 워낙 저돌적으로 들이대서 산군님이 튕기지 않을까 했는데 밀당 없이 바로 받아들일 줄이야...
인외 존재가 남주인 경우, 인간인 여주가 소극적이고 남주가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소설이 대부분인데 이 소설은 여주가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남주가 멈칫- 하다가 훅 넘어가는 전개라서 굉장히 신선했어요.
산군님이 강희를 신부로 맞기로 했으나 바로 데려가지는 않고 직접 강희의 집을 오가며 오다 주웠다는 듯 선물 툭- 두고 가는 것도 두근두근했습니다.
그렇게 둘이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이 계속되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산군님이 준 선물을 강희가 마을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이 추악한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해서 역겨움에 부들부들 떨었네요.
특히 강희를 더러운 성욕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마을 남자들의 구체적인 망상이 정말 역겨워서 읽는 것이 매우 괴로웠습니다.
짐승은 아니고 영물이긴 하지만 강희의 거짓말을 믿고 받아들여준 산군님의 다정함과 어릴 때부터 강희와 함께 살았으면서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마을 사람들의 추악함이 적나라하게 대비돼서 짐승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강희가 마을에서 살 때는 산군님과 만나는 시간이 한정적이라 로맨스가 부족해서 아쉬웠는데 마을 사람들에게서 강희를 구한 산군님이 강희를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행복했어요.
원래도 다정한 산군님이었으나 신부를 데려오니 사랑꾼님이 되셔서 강희를 애지중지 예뻐해서 아주 흐뭇했습니다.
특히 임신한 강희의 심한 입덧 때문에 강제 독수공방하며 강희 결핍증에 시달리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둘이 아기 낳고 가족을 이루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것도 보고 싶었는데 태몽을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끝나서 아쉬웠어요.
만약 외전이 나온다면 강희와 산군님이 부모가 된 이야기와 연작의 낌새를 느끼게 했던 미호와 일랑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당돌한 거짓말쟁이 강희와 의외로 순진하고 다정한 산군님이 만나 거짓 인연을 진실로 이어나가는 한 편의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니만큼 19가 좀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에 비해 과하게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적절하게 느껴졌어요.
짧은 분량이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하게 잡혀있어서 전개가 제법 탄탄했고, 권선징악 결말이 전래동화 같은 느낌을 잘 살려줘서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