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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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을 읽을 때는 주로 한국문학이나 에세이를 즐겨 읽었다. 그나마 다양한 독서를 하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번역의 쓴맛을 어릴 때 보아서 그런지 세계의 문학은 왜 그리 어렵기만 한건지,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못하는 페쇄적인 성격때문인지 독서편식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일본 문학에 대한 편견도 있어서 걸러 읽게 되었고, 독서모임을 통해 몇 권 읽으며 역시 일본스럽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요즘의 일본 소설과 에세이를 접하게 되면 의외로 감수성이 짙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뭐든 나의 좁은 식견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음을, 다양성을 인정해 가는 일은 책읽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츠바키문구점>집필 당시 기록한 1년 간의 일기로, 소박하고 단정한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남다른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지난 번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를 읽고나서 그런지 느낌이 오가와 이토의 일상과 닮은 권남희 번역가 문체가 은연 중에 친근하게 겹친다. 아니나 다를까 권남희 작가 역시 자신과 닮은 느낌이 있어 이토 작가의 일곱 권째 번역을 계약하며 기뻤다고 한다. 직업으로서 번역을 하지만 감성이 비슷한 작가의 글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작가는 '유리네'라는 강아지를 키운다. 그리고 독일, 그 중에서도 베를린을 오가며 글을 쓴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조금이라도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거의 날마다 슬픈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츠바키 문구점>을 내던 해의 일기임에도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다르지 않아 살짝 무거워졌다. 세상은 여전히 슬픈 뉴스로 잠잠할 기색이 없다. 코로나 19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는 텔레그램의 n번방인지 박사방인지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다. 이번에도 형량이 너무 적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제대로 죄값을 치루고 반성을 해도 모자를텐데 이런 ....!!!!

후,,,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글을 읽으며.

"내가 지향하는 것은 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인간관계에도 틈을 만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생각없이 살다보면 물건은 계속 늘어나니 의식해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없는 물건은 손에 넣지 않는다,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인생에 덧붙이지 않는다, 이런 의식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꼼꼼하고 완벽하게,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수학문제를 풀어나가 듯
인생의 문제들도 그렇게 풀어나가면
될 줄 알았다.
나도 완벽하게 그렇게 살아내고 싶었다.

무엇이든 책임을 다하려는 욕심이
어쩌면 차갑고 도도해 보이기도 했을
내 젊은 날에 비해 지금의 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각까지 노후되는 것을 원치않기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어지는 틈...
빈 구석이 보여지고, 느리고 어설프지만
여유있게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진다.^^;;,; (은근 허당이다)

아직도 풀어내야 할 인생의 문제들
예전처럼 완벽함을 꿈꾸지 않는 지금
그 틈이 고맙다.

"하루 15분이어도 좋으니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을 보는 게 좋다."
그 말에 헉하고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선이 닿는 모든 것에 인간의 손이 닿은 것만이 있었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쩌지 하고 슬퍼하다 하품하는 유리네를 발견하고 안심했다.
바다며 산을 당연하듯 보는 사람과, 나처럼 도시에서 인공물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은 정서가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베를린은 개에게 너무도 다정한 도시다.
그 때 들은 꼬리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일본에서는 푸들 꼬리를 짧게 자른다.
개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을 때는 푸들의 꼬리가 원래 그렇게 짧은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태어나서 바로 자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르는 것은 단순히 그 편이 귀여워서라고 한다."

인간에 의해 무너지는 것은 환경만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쉽지않다.
거기에 사람들은 동물에게까지 가혹하다.
그저 더 귀엽다는 이유로 강아지의 꼬리를 태어나면 바로 자른다니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몸서리를 치게 된다. 어떤 아픔을 느낄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생각을 하지않는 모양이다.

독일에서는 인위적으로 꼬리를 자르거나 귀를 자르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선진국은 경제성장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츠바키 문구점>은 결코 화려한 얘기는 아니지만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이라는 독자의 편지에 기분 좋아진 작가처럼 나도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을 글로 담아 책으로 나오는 것도 신기할텐데 대상까지 받으면 정말 맥주 맛이 제대로 일 것 같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강아지와 함께, 요리를 하고 기분에 따라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며 때때로 느끼는 감정들을 담아 낸 일기도 책으로 만들 수 있구나.
작가의 삶은 그 자체가 작품이 된다니 더 없이 멋진 일이다.

독가들의 호평을 받아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편지를 받으면 얼마나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음 속편을 이어서 쓰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속편이 나오기 전에 <츠바키 문구점>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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