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 오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스토리인 시리즈 4
김정은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나이에 대한 글이나 노래가사를 만날 때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십대 시절엔 <안네의 일기> 안네가 나의 친구였고, 20대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그러다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딱 내 얘기 같다고 흥얼거리며 육아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았겠지..

마흔이 되어서 다시 나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였다.
나이들어감에 대해 불안한 시기!
30대에 이뤄 놓은 것이 없으니 마흔이라는 나이는 앞으로가 걱정이 더 많은 나이였다.
책을 뒤늦게 만나면서 나의 40대 후반은 단단한 성장을 내면에서 이루며 잃어버린 자아와 꿈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었다.
어느 새 50을 바라보며 책 제목에 꽂혔다.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몇 년을 함께 산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될까. 가장 쉬울것 같으면서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 바로 나!!
젊을 때는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면 다 가질 수 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줄만 알았다.

모든 것들이 걱정없이 안정궤도에서 돌아가는 아늑한 삶을 원했지만 당연한 것은 없었다. 젊음을 다 보내고 나면 오히려 돈과 시간과 건강의 한계에 얽매여 살아간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졌다고 만족하는 때란 없을 것이다. 지금 오늘이 그 때 어디쯤이라고 만족하며 살 수 밖에..
보름달이 꽉차는 날은 한달에 단 하루뿐이다. 점점 차는 날이 다가오고 한가득 동그란 보름달을 보고나면 조금씩 다시 작아져야 한달 뒤데 또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돈과 시간과 건강의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단연코 나는 여행이었다. 사실 큰 돈이 없어도 시간만 내면 갈 수있는데 이러저러한 핑계삼아, 용기가 없어서 기차여행으로 남이섬과 부산에 다녀온게 전부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말했다.
돈 있고 시간만 많으면 맨날 사람들 맛있는 거 해서 퍼 먹이고 싶다고,,
사람들이 모여 같이 먹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배터지게 뭘 해서 먹이는게 좋다.

일을 할 때는 책만 읽고싶었다. 종일 책만 읽을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코로나때문에 1주일의 휴가가 주어졌는데 다른 날 바쁜 일상 속에서 읽은 것보다 오히려 책을 못 읽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1주일이기도 했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일. 돈도 쓰고 시간도 쓰고 건강할 수 있다면 난 어떤 삶을 원했을지..
생각은 자기를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반대한다. 생각은 원래 오롯하지 못하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이 덤불처럼 엉켜있다. 이야기로 연결되어 나오기 위해 그 실타래가 나름의 규칙으로 정돈되는 것이지 그런 글들이 그대로 나의 머릿속을 사진 찍듯이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란 내 생각 덤불에서 어떤 맥락을 집어 오려 가다듬는 작업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나를 탐구하게 된다.

왜 쓰려고 하는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난 무엇을, 왜 쓰려고 했는지 떠올려본다.
시를 올리는 내 생각 창고같은 기록 보관소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웃이 늘어가면서 판이 커져갔다. 보는 사람을 인식하게 되고 더 힘이 들어가고 어색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려 노력했다. 초심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늘 생각은 발전해야 한다. 초심 위에 또 다른 결심과 열심을 더해보고 싶다. 어쩌면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시를 사랑했던 순수함, 그리고 내 안을 들여다 보 시간, 글을 쓰면서 나를 자주 마주해보는 시간을 만나 좋았다.

"어떤 사람의 크고 확고한 생각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작고 여린 생각을 짓누른다.생각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오래도록 끈질기게 자라 큰 나무가 되면들판에 깃털처럼 자란 이름없는 생각의 기운들을 폄훼한다. 크고 무성한 생각이라는 이유로 힘없는 남의 생각을 빨아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경게한다. 무턱대고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함께 하기를 강제하는 사람도 경계한다. 돈을 줄 수도 , 웃음을 줄 수도, 노동을 줄 수도 있지만 저마다의 생각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함부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이 사라지면 그 사람도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고 긴 생각은 그래서 더욱 자신의 폭력성을 조심해야 한다."

내 생각이 조금 더 낫고 크다는 오만함으로 큰 소리를 내거나 높여 말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강요를 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생각의 폭력에 대해 골똘해지는 문장들이었다.

"올라갈 때 못 보던거 내려갈 때 보고 반평생 이런 일만 해봤으면 남은 평생은 저런 일도 해봐야지. 그래야 종착역에선 이제 겨우 사는 걸 이해하게 됐노라 희미하게 웃으면서 마음 속 불화를 잠재우고 평화롭게 눈감겠지. 그런 날을 기대하며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기웃대고 있다.
나를 향해 돌아오려고"

전환이 필요하디. 우리는 그것을 터닝 포인트라고 부른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는그 시점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바로 지금 무엇을 바꿔 볼 용기가 있는지도..꼭 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필요한 건지도.

"나는 가끔 가족이 가장 정교한 이익집단이 아닐까 의심한다. 남자에게 경제력이 없거나 여자에게 생산력과 돌봄 노동이 없다면 우리 중 얼마나 가족을 붙들고 살 것인가?그런 기능을 다빼고도 남아 있는 관계만 그나마 사랑 위에 서 있는 가족이 아닐까 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 내 눈을 안보고 밖만 보고 있으면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외로워진다. 사랑하는 척하면서 함께 사는 일은 서로에게 수시로 말 할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결혼은 법처럼 견고한 사회적 계약일지 몰라도 그 안에 깃든 사랑은 하루라도 물이 없으면 시들어 버리는 화초와도 같다. 아무리 함꼐 살아도 진정으로 만난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아다. 내가 나를 오롯이 마주하는 것 만큼이나 거대한 도전이니까"

"구십이 된 엄마가 변신을 결심한다. 오십이 넘은 나도 변화를 추구한다. 서른이 되는 딸도 날마다 도전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려고 애쓴다. 마음보다 천천히 바귀는 자신을 조바심 내면서 어김없이 숫자가 바뀌는 나이와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소리도 없는 세월이 부드러운것 같으면서도 잔인하게 사람을 압박한다. 세월따라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이상한 믿음때문에."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글쎄 나이 60이 되면 또 다를까,,
지금 나의 앞에 놓여진 하루 일을 미션처럼 해 나가는 것외에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여행이라는 큰 꿈을 그리면서도 방안에 있고
운동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집 밖을 안나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나이일까?
조금 당당해져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동안 애썼으니 좀 쉬어가도 된다고, 이젠 나부터 돌봐도 된다고 다독이며 남은 시간을 또 가야하는 반환점같은 시간이다.
이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이 책은 아주 가볍고 짧은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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