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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기술 - 지구와 이웃을 보듬는 아이디어
변택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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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기술>은 '지구와 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을 낼 때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일들'에 관해 설명하는 책이다. 우리는 더 편리한 기술이 개발될수록 지구에 있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게 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사는 아이들이 있고, 햇빛도 들지 않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또 우리가 편리해질수록 지구는 앙상해져간다. 이처럼 이웃과 환경을 배제하는 기술 대신에, 이 책은 지구와 이웃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기술들을 소개한다. 어두웠던 곳을 따사롭게 비춰주는 간단하고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대출받은 사람이 내고 싶은 만큼 이자를 낼 수 있게 하고, 맞춤 재무 관리 교육도 진행하는 '위로와 공감의 대안금융공동체'이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실전 지식을 가르쳐주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도움받는 청년들은 따뜻한 토닥임을 받는 기분이지 않을까.

일본 도쿄의 미래식당에서는 50분 알바를 하면 밥 한 끼를 먹을 권리를 준다. 자신이 식사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위해 식권을 벽에 붙여두고 갈 수도 있다. 2016년 처음 한 끼 식권 서비스를 도입한 이래로 식당 벽에 식권이 붙어 있지 않은 날은 없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형편이 어려우면 돈을 내지 않고도 식사할 수 있는 밥집과 같이 이웃을 돕고 살려내는 따뜻한 식당들이 소개되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학교 앞 '청년밥상문간'이 생각났다. 3000원에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인데, 누군가가 후원을 해주면 뒤에 오는 사람은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대학가의 치솟는 물가 때문에 제대로 된 한 끼 먹기도 힘들어진 대학생들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다. 책을 읽으며 다음에 청년밥상문간에 가면 아주 작은 돈이라도 후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의 작은 실천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책이다.

태국건강재단이 벤츠와 손 잡고 개발해낸 '통증 픽토그램'도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통증을 정확한 말로 표현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통증 픽토그램은 아픔을 시각적으로 간단하게 구현함으로써 적절한 표현을 돕는다. 이는 의사와 환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고 오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언어를 표현하는 기능이 손상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자신이 느끼는 통증을 알맞게 담아내는 표현을 찾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내는 기술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래, 기술은 이렇게 써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한 사람들이 좀 더 편해지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술보다,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더 값지다고 여기게 되었다. 책에는 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과 약자들을 위한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여 사람들을 돌보고 살려낸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토록 다정한 기술'이라니. 책에 소개된 다정한 기술들을 보고 있자면,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이라도 발휘하여 힘든 이웃을 향해, 아픈 지구를 향해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책이 널리 알려지고 읽힌다면 세계 곳곳의 기술자들이 선뜻 이웃과 지구를 돌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써주지 않을까. 여러모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책이다.

P.64
번잡한 이 세상에서 땀 한 방울, 정성 한 줌으로 다가서기만 해도 누리를 보듬어 안을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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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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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누구든지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글쓰기에 관한 질문에 대해 조목조목 답해주는 책이다. 확실하게 '이게 정답이야!'하고 정의하기보다는 상담소라는 제목처럼 작가의 경험을 곁들여 천천히 풀어 설명해준다고 느꼈다. 들어가는 글에서는 글에 어떤 차별도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작가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엿볼 수 있었고, 이에 신뢰를 가진 채로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글쓰기가 늘지 않아 속상해하던 참에 '글쓰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나요?'라는 질문이 나와 반가웠다. 이러한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어 조금 덜 외로워졌다. 작가는 슬럼프 극복 방법에 대해, 늘 하던 익숙한 글쓰기를 그만두고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글쓰기를 시도해보기를 권유했다. 늘 주로 문학 도서의 서평이나 감상만을 짤막한 형태로 쓰던 나 같은 경우, 학술적 글쓰기나 에세이, 일기 등의 글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개강하면 과제로 글을 쓸 테니 자연스럽게 극복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을 때에도 소설만 계속 읽으면 잘 읽히지 않는 순간이 오는데, 이럴 때마다 시집이나 에세이, 비문학 도서를 읽으며 책태기를 극복하곤 했다. 이런 방식을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와닿았다.

책에는 48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이는 '혼자 쓰다가 주저한다면', '일단 써보고자 한다면',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의 4가지 분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중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으로 묶인 글들이 무척 유익했다. 글을 쓰다 보면 조심스러워지는 순간들이 정말 많은데, 이를 전부 겪어본 작가가 직접 부딪치며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글 쓸 때 피해야 할 혐오 표현에 대한 설명에서 '글쓰기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이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일은 끊임없이 배워야만 가능하다는 말까지. 글쓰기는 나도 모르게 사용하는 나쁜 언어를 짚고 넘어가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에 관한 조언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엮인 작가의 삶과 태도까지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글쓰기에 관한 고민이 시작될 때면 마치 사전을 펼치듯 이 책을 열어 도움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사전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고민으로 인한 힘듦도 치유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 막 쓰기 시작한 사람, 계속 쓰려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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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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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는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장희원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좋아하는 단어인 '우리'와 '환대'가 합쳐진 제목이라 지나칠 수 없었고, 개인적으로는 책 디자인도 손에 꼽을 만큼 좋아서 마음이 갔다. 제목에 비해서는 다소 쓸쓸한 아홉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대상의 부재나 완전한 상실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기쁘게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는 '쓸쓸한 곳에서도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스며 있다.

<폭설이 내리기 시작할 때>에서 재희는 눈이 내린다고 말하지만 주인공은 이를 불씨로 여긴다. 그는 '어쩌면 반짝이는 그 찰나의 빛으로 주변을 다 태울 수도 있을' 불씨를 보며 불길 속에서 소리 없이 허물어지는 존재를 상상한다. 공통의 상실을 겪은 둘이지만 그들은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감정을 느낀다. 이처럼 이 소설집은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같은 부재를 공유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이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또렷하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대상의 부재 이후에 남는 것들에 대해 애써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여줌으로써 다양한 해석과 감상의 여지를 열어놓는다. 공통의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그렇게 남은 사람들끼리는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환대>에서 영재와 하우스메이트들은 그의 부모님의 방문에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식사를 내오는 등 계속해서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환대한다. 그러나 영재의 부모님은 애써 멀리하던 아들의 모습을 직면하고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표현할 수 없는 꺼림칙한 기분이 입안에서 맴돌다 다른 형태로 게워졌을 때, 그들은 다시는 아들을 볼 수 없음을 깨닫는다. 영재는 아버지의 폭력을 계기로 점차 가족이라는 우리에서 멀어지다가 새로운 '우리'에 정착하게 되고, 부모님은 그들의 '우리'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영재를 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똑같은 상실을 겪은 두 사람 또한 함께일 수는 없다. <폐차>의 형제 또한 같은 결핍을 겪었다고 여겼지만, 형은 되뇌이지 못하고 동생만이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아픔이 존재함에 따라 공통의 결핍도 무너져내린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서야 완전한 이해는 불가함을 일깨우는 부분이다. 그러나 형은 동생과 눈을 마주하지 않음에도 그들이 같은 느낌을 공유한다고 여기며 그를 돕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비단 동생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포근한 겨울에 알맞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 속 활자들은 나를 환대하지 않았고, 다만 더 깊고 먼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그곳에서는 사라진 것을 향해 손을 뻗는 사람과 이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사람, 그 잔재를 버거워하는 사람과 소중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별이 보편적인 슬픔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며 상실이라고 다 같은 상실이 아님을 드러내는 이 소설집은, 그럼에도 결국 우리가 우리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우리로 남았다고 해서 상실감이 덜어지거나, 우리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괴로움이 더해진다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실을 겪은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전부 긍정한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책 속에 숨겨진 희망을 찾아낼 수 있었고, 작가가 담담하게 건네는 위로를 엿볼 수 있었다. 소설은 대상의 부재로 인해 남겨진 모든 사람들이 편견과 오해 없이 오롯한 방식으로 이해되길 염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멸의 뒷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라짐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로부터 어려움 속에서도 '타인을 환대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찬 바람이 깊숙이 들어오는 겨울이면 종종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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