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대어를 낚은 기분이랄까? 최인석님의 <약탈이 시작됐다>란 책이 바로 그랬다.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고 무심히 집어들었는데 이 책은 강한 흡입력과 탄탄한 내용의 구성력으로 나를 그만의 세계로 거침없이 이끌어냈다. 이 책은 평범한 고등학생 성준이 담임선생님 봉석의 부탁으로 친구인 용태의 집에 찾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어머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용태어머니 금선 을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담임선생님 봉석과 성준의 친구 윤지와의 사랑이야기, 언제인지 모르게 시작되어진 전철 종각역 부근에서 일어나는 약탈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이 책은 성장소설일까? 아닐까? 맞다.. 분명 성장소설이고 청소년 소설이다. 하지만 나는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여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 또한 시종일관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성준과 금선의 사랑, 봉석과 윤지의 사랑.... 그것은 사랑일까?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원조교제일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실제 어른들의 세계에서 말하는 그런 일들은 아무것도 일어나 지 않았다. 다만, 어른들과 사회가 자기네들 식으로, 자기들 위주로 아슬아슬하게 사랑과 금기라는 경계 속에서 그들에게 줄타기를 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금기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사랑과 금기.. 적어도 이 책에서 만큼은 그 단어들이 낯설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어려운 시기 를 보냈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작고 여린 한 소년의 작은 위안이라고 해두었다. 그래서일까? 나또한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위안을 받은 기분이다. 역시 이 책의 평에 쓰여진 중견 작가 최인석의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에 대한 열렬한 환영과 호평이 절대 거짓이 아님과 전혀 부풀려 지지 않았음을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정말 괜찮은 소설다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