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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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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에게 아버지란 항상 가깝고도 멀기만 한 존재다.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아버지란 나에게..
분명 엄마처럼 부르면 눈물부터 나는 이름은 아니다.
그런 아버지기 때문에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이 꼭 한번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보냈던 편지..

학창시절, 항상 곁에서 하나하나 챙기시는 어머니와는 다르게 자식들 학업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으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시지 않는 아버지가 많이 서운해서 반항도 해보고
공부도 하지않고 말썽만 피웠던 적이 있다.
그렇게 속도 많이 썩혔었는데..
하루는 시험성적이 많이 떨어진 나를 어머니께서 많이 나무라셨다.
그때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시던 아버지께서 "지금만큼만 해라~ 하지만 더 떨어지진 마라."고 말씀하시며 자리를 뜨시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그냥 그런줄만 알았었는데..
내가 수능을 치던 그 날은 유난히 춥고 비까지 내렸다.
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분식집에서 라면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늦게 집에 들어섰는데 우산을 쓰고 아버지께서 밖에 서계셨다.
내가 올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항상 내가 야간학습 마치고 집에 오기 전에 그렇게도 밖에 서 계시곤 하셨단다.
하루는 술에 취해 들어오신 아버지가 내 손을 잡으시더니 추운데 공부한다고 얼굴이 말이 아니라며 눈물을 흘리셨던게 생각이 난다.
벌써 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그러했다.
과거의 아버지도 현재의 우리의 아버지도..

지금보다 가부장적인 가치관때문에 자식들을 눈에 보이게 사랑을 줄수 없었을 조선시대 우리의 아버지도 역시 자식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유명한 문인이며 문학가이며 선비였던 그 분들도 역시 가정에서는 똑같은 우리의 아버지였다.
시대를 불문하고 변하지 않는것들이 바로 아버지의 사랑과 항상 자식들을 향한 염려와 걱정이셨다.

집이 어려워 아무것도 해줄수 없어 항상 미안해하는 아버지도 있고, 유별날만큼 손수 자식들을 챙기고 돌보는 아버지도 있다.
그리고 절절한 부성애에 눈물 짖게 하는 아버지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의 최대의 관심사는 자식들의 학업에 관한 것인가보다..
편지 대부분의 내용도 학업에 대한 당부와 염려였고,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네가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가서 한번 가면 뒤쫓기가 어렵다.
끝내 농부나 병졸이 되어 일생을 보내려 한단 말이냐? 천번 만번 마음에 새겨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
22쪽
항상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모름지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하셨다. 공부도 때가 있고 때가 지난 후에 하려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나역시 이제와서 다시 시작하려는 공부가 너무 어려워 그때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을 흘려들은것이 많이 후회가 되는데 그 때 아버지들도 역시 자식들에게 그런 조언을 하셨는가보다.
"네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서야 처음 무리와 함께하니 이미 당장의 반열이다. 연소하여 기세가 날카로운 사람과는 형편이 다르니, 천번 만번 광망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 동접 중에 불행히 놀이로 사람을 꾀어 그르쳐서 무리를 어그러뜨리는 자가 있더라도. 절대 그들 무리에 빠져서 휩쓸려 한통 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가운데 유익한 벗은 더더욱 마땅히 본떠 배워 그와 같아지려 노력해야지.어리석고 못나게 굴어 외면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31쪽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친구도 가려가면서 사겨라"란 말이 왜 자꾸 생각나는 건지..
늦은 나이에 젊은이들과 함께 과거시험 보러가는 자식이 걱정되어 계속 당부하는 이황 선생님을 보면서 항상 좋은것은 본받고 나쁜것에는 그 주위에도 가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한 겨울 석 달 공부는 평생을 쓰기에 족한 법이다. 천만 노력하도록 해라. 흥남이도 더 노력하도록 권면해서  마침내 성취함이 있도록 하는 것은 부형의 책임이다." -45쪽
형이 잘되야 자연스럽게 동생도 잘될수 있다고 한다. 항상 형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도록 하시던 말씀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가보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껴도 항상 불멸의 진리같은게 있는가보다.
그때의 아버지들이 걱정하시는것도 당부하시는것도 지금과 통하지 않는것이 없다.
다만, 전쟁과 같은 난리 속에서나 유배지 속에서 등과 같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를 뿐이지..
자식이 보고 싶고 손자가 보고 싶고, 제사를 걱정하고 부모님과 부인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한번더 변하지 않는 가장인 아버지의 마음을 알수 있었다.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서.. 과거의 아버지들을 통해서 내 아버지를 다시 생각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거 같다.
옛날 선조들의 편지라 읽기 어려울까 염려했던 부분과는 달리 편지 하나하나 마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이 덧붙여 있어 이해하기도 편했고 당시의 상황과 내가 잘 몰랐던 인물에 관해서도 알수 있어 아버지의 사랑도 다시 깨닫고 공부도 하게 되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얻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을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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