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그래픽노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프랑시스 메티비에.이자 피통 지음, 이세진 옮김 / 지와사랑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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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대표적인 작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그래픽노블로 원작에 비해 좀 더 간결하게 이해를 돕는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자 의지'라고 주장한 그의 철학의 핵심 요소인 두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인식, 생명체, 예술, 도덕'이란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간의 의지를 통해 표상으로 표현되는 두 요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표상은 감각이 지각한 것에 대한 이해이다. 세계에 대한 표상을 구성하는 인식의 두 요소인 직관과 개념을 비롯해 감정과 지식, 이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더불어 생명체의 모든 행동에는 자극과 욕망에 의한 의지가 표현된다. 그중 인간은 유일하게 다양한 의지를 의식할 수 있으며 선택도 한다.


사물을 인식할 때 자신의 생각 범위 안에서 세계를 이해하므로 결국 그릇이 작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부족하다면 결국 본질을 놓치게 된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자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객관화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시 폭넓은 독서와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인간에 대해 말해보자. 만약 인간의 욕망이 무한히 뻗어나간다면 결핍을 느낄 거고, 욕망이 중단된다면 좌절을 느낄 거야. 물론 욕망이 충족될 때도 있어.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 일단, 만족은 아주 짧게 지속돼. 그리고 욕망은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운 결핍을 만들지. 욕망을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괴로워질 거야. 삶은 마치 시계추처럼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지. 행복은 비눗방울 같아서 아무리 잘 지키려고 해도, 결국은 펑 터지고 말야.


그리고 욕망은 끝이 없어. 돌연히 중단되기 때문에 끝이 없는 거야. 욕망이 충족되더라도 그러한 충족이 반복되면 우리는 권태에 빠지고 말 거야. 삶은 언젠가 패배한다는 것을 말면서도 실존과 투쟁하는 것이지. 쇼펜하우어는 행복, 즉 영속적인 만족의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어. p.92~95


나이를 들어가면서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이전보다 좀 더 현재를 즐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자세다. 제한이 많은 어릴 때는 한없이 성인이 부럽지만, 막상 성인이 돼 무한한 자유를 누려보면 어깨를 얹어진 책임과 의무 때문에 다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한다. 10년만 젊었다면,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등과 같은 한심한 핑계를 대며 하고 싶은 일을 미루거나 후회하며 자책하는 일도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10년 뒤에는 오늘을, 지금을 분명 그리워할 테니...


반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단점 중 하나라면 반복되는 일상에 쉽게 권태를 느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 웃음이 넘치던 어릴 때와 비교해 보면 익숙해진 세상이 참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의 삶 속에서 감사한 일이나 즐거운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작은 행복에도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인생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어. 그럴 때 고통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고통은 욕망에서 오는 것이니, 욕망을 없애거나 살고자 하는 의지의 모든 표현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해. 순결은 그 첫째 가는 수단이지. 금욕은 또 다른 수단으로, 자신을 세상에서 고립시키고 모든 물질적 쾌락을 멀리하는 거야. 이를 통해 우리는 성스러움과 덕과 평안 가운데 살 수 있어. p.107



성취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욕망을 내려놓는 건 무엇보다 힘든 조언 같다. 욕망을 줄이면 고통의 옷은 벗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곧 도태와 직결되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쇼펜하우어가 언급한 관조를 통한 인식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취와 발전, 성장을 위해 노력은 하되, 경쟁, 스트레스, 자책과 같은 부산물에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명상이나 요가, 감사 일기를 통해 마음을 돌보고 안정 궤도에서 이탈하는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항상 필요하다.


인도의 우파니샤드와 윤회설에 관한 언급도 있는데, 사후 세계는 샤머니즘의 연장선 같아 유일하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 부분이다. 삶이 힘들어 돌파구로써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삶에 대한 의지의 부정이 아닌 오히려 강렬한 긍정이라는 설명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인식의 선택! 욕망의 좌절과 고통, 욕망의 성취와 권태라는 반복에 삶은 고통의 파도 위에서 출렁이지만, 지혜롭게 마주한다면 파도를 즐겁게 타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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