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의 도중
호시노 미치오 지음, 박재영 옮김 / 엘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긴 여행의 도중

 

 

 

  일본 사진작가가 바라본 알래스카의 풍경은 어떠할까? 어떤 지점에서 다르다고 보았을까? 정말 그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일본을 떠나 알래스카에 거주하고자 했던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런 질문 속에서 한동안 나는 헤어나지 못했다. 어느덧 그곳으로 향해 가고 있는 마음은 벌써 당도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의 구절 속에 광활한 그곳의 여정은 또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어떤 풍경일지 상상해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알래스카의 책을 읽으면서 그곳을 가고자 하는 마음은 부쩍 커져가고 있는 것이 내 마음 속의 파문을 일으키게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점은 유명한 동물학자로 알려진 제인 구달과의 인연을 나타내는 부분이었다. 그녀와 평소 교류하는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같이 알래스카에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어찌나 가장 딱 맞아 떨어질까 동물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마음에 쏙 들었다. 가장 북쪽 끝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황량함의 이미지마저 머리를 더욱 새겨지게 했다.

  자연 속의 툰드라의 초원도 그랬고 오래전 사냥을 통해 살아갔던 마지막 인디언 사냥꾼의 모습들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알래스카는 달라지는 것이 많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저자의 내면은 가장 흰 색의 순수한 마음으로 글로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글도 그렇지만 자신의 내면은 사람보다는 동물에 더 가까이 시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더 깊이 바라보는 여정은 어쩌면 알래스카에서 살아가는 과정 안에서 취재하는 장면들이 하나씩 녹여져 있다는 사실을 책의 곳곳에서도 발견하게 된다.

  삶을 유기질과 무기질로 이루어진 세계로 우리 스스로 이뤄지는 것이 없다고 자연의 섭리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가장 철학적인 명제이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나의 몸집보다 큰 빙하의 모습에서 우리는 가히 작은 존재이지 않나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연은 지금처럼 파괴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알래스카는 그것에서 비껴서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개발이라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을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연도 인간도 스스로 그것에 변화에 익숙해지면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인상을 느꼈다.

  순환하는 계절이 너무나 좋다는 저자는 삶 그 자체로 관조를 느끼고 여유를 많이 가지는 성격의 인물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카리부라는 큰 순록이나 흑등고래와 같은 바다에 사는 동물들 이 모두가 그의 친구이나 삶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는 데 동반자가 되어가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무엇을 더 중요시하고 생각해 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많다.

결코 깨닫지 못하는 인생의 삶을 무던히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정 역시 자신의 인생의 퍼즐을 맞춰가는 부분이라는 것임을 알게 해 준다. 자신이 쏟고자 하는 대상에 대하여 정신을 잃을 때 문득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의심과 믿음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럴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한다. 자연의 속삭임은 나에게 말을 건넨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인상의 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본 풍경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루스 빙하에서 온 장대한 자연이 그런 마음의 풍경이 되길 바랍니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 다양한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사람의 말이 아니라, 언젠가 본 풍경에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의 본문 238쪽의 부분처럼 저자의 완전한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연에서 자신의 고민과 길에 대한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용기를 얻고, 그렇게 살아갔으면 하는 응원을 받아서 참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