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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의 스파이 전쟁
홍윤표 지음 / 렛츠북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예로부터 '스파이' 라는 주제는 여러 소설, 영화 등을 통해 흥미롭게 다가오는 소재입니다. 당장 전 세계구급으로 인기있는 시리즈물인 007과 그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만 봐도 이를 증명할 수 있죠. 그리고 그 명성처럼 스파이들은 온갖 전장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며 정보를 빼오고, 적을 혼란시키고, 정세를 흔들어 놓습니다. 국민당과 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놓고 벌인 일전인 국공내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죠.

이 책은 바로 그 국공내전에서 공산당 스파이들이 얼마나 많은 활약을 하며 국민당을 대만으로 내쫓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이전부터 국민당 내에 공산당의 스파이들이 많았고, 이 스파이들로 인해 국민당 내부가 썩어들어가 전쟁에 지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스파이들 하나하나가 너무 치명적이었던 것입니다.
책에서는 총 7명의 스파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이들이 국민당 내에서 어떤 직위에 있었고, 어떻게 공산당을 위해 헌신했는지 알려주고 있는데, 공산당 스파이들은 정말 없는 곳이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3명만 살펴볼까요?

장제스의 말을 하나하나 받아적는 속기사였던 선안나(심안나),
국민당군의 작전청장으로 거의 모든 국민당군의 작전을 검토하고 승인했던 궈루구이(곽여괴),
경제 관련 요직에 앉아 옛 일본 점령지의 화폐 교환 비율까지 건드렸던 지차오딩(기조정).
이 모두가 공산당의 스파이였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선안나의 존재로 장제스의 일거수일투족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공산당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궈루구이의 존재로 공산군은 국민당군의 작전을 훔쳐보는 선을 넘어 아예 국민당군 상당수를 자신들에게 일부러 패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고,
지차오딩의 존재로 중국 국민들은 실패한 경제정책을 펼친 국민당을 증오하고 그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공산당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진짜 커도 엄청나게 큰 '빅픽쳐'가 쫙 펼쳐지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스파이들의 존재로 공산당은 '질래야 질 수도 없는' 엄청난 이점을 누린 것입니다.

국민당도 이에 대응하여 당 산하에 '중통', 군 산하에 '군통' 이라는 2개의 정보기관을 만들어 첩보전을 시행했고, 실제로 중일전쟁 당시엔 일본군의 작전을 방해하는 등의 성과도 상당히 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국공내전 국면 당시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하여 공산당에 침투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규모가 갈수록 쪼그라들었습니다. 결국 스파이 전쟁에서도 국민당은 공산당에게 완벽히 패배한 것이죠.물론 이런 점만 들어 국공내전의 승부가 전부 스파이들 덕분이라고만은 할 수 없긴 합니다. 마오쩌둥과 주더, 저우언라이 등을 비롯한 공산당 핵심 지도부들의 뛰어난 작전과 리더십, 국민당 내부의 부패와 민심 이반 등이 주요한 원인이기는 하죠. 다만 이 스파이들의 존재로 공산당은 더 '쉽고, 빠르고, 완벽하게'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만 생각해봐도 스파이들의 공은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책의 구성도 약간 아쉬운 점은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2장, '상해, 스파이들의 천국과 지옥' 이라는 장은 다른 1, 3장이 100여 장은 족히 넘는 데 반해 약 20여 장에 그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章)의 배분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1장에 통합해도 큰 문제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스파이들의 족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약간 공산당 측을 띄워주는 느낌도 받긴 했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대만 측의 국민당 자료를 조금이나마 더 참고하여 교차검증을 했으면 좋으리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럼에도 이 책의 구성은 나름 훌륭한 편이며, 중국 내에서의 '제5열' 들의 암투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이 암투에서 어떻게 공산당이 승리할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나름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 중국 현대사에 대해 배경지식이 별로 없어도 책에서 기본적인 설명을 다 해주는것도 나쁘진 않았고요. 기존에 알려진 여러 첩보전 외에 새로운 첩보전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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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캠페인 - 미국을 완전히 바꿀 뻔한 82일간의 대통령 선거운동
서스턴 클라크 지음, 박상현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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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이 부재한' 세계가 찾아왔습니다. 전 지구를 덮친 범유행성 전염병은 지금까지 감춰졌던 비전의 부재와 지도자의 한계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양반은 이 질병을 별 거 아니라는 것처럼 떠들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강한 미국'을 표방하다가 기어이 자신이 그 질병의 덫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죠.
그리고 이에 맞먹는 중국 서기장이라는 양반도 이 질병을 전 세계로 퍼트린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은 채 독재로 국민을 탄압하고, 민주화의 목소리에 총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패권을 좌지우지한다는 두 나라의 지도자가 이모양 이 꼴인데, 나머지 나라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라스트 캠페인'은 로버트 케네디라는 인물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의 리더십을 조명하며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라는, 지금 시국에 딱 맞는 질문을 던져 줍니다. 마침 그가 나타난 1960년대 후반도 지금처럼 여러 사회문제가 부각되는, 리더십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죠.

로버트 케네디의 행보는 형 JFK와 유사한 점이 많아보이기도 합니다. 40세 전후의 젊은 나이에 민주당의 기수로 나서고,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인 진보적인 정책을 제시했으며, 권위적인 기존의 대통령상을 탈피해 국민 가까이로 다가가는 친근한 대통령상을 추구하는 등, 케네디가의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최후도 형을 그대로 따라간 셈이 되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버트가 형의 복사판이라던가, 형의 후광에만 의지하는 영합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는 못다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형을 본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다가갔고,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인 키워드가 '눈물'입니다. 그는 인권을 위해 싸운 킹 목사의 죽음부터 한 인디언 아이의 죽음까지 수많은 죽음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그들의 삶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눈물이 많은 것이 지도자의 자질이라고 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의 눈물 속엔 단순한 슬픔만이 아닌 '더 나은 미국'을 만들기 위한 다짐이 들어있기에 더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베트남전 등의 형의 실책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단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형의 한계를 극복하며 자신은 자신의 방식대로 미국을 이끌 것이라는 포부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단지 JFK의 동생,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아닌 인간 '로버트 케네디'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버트 케네디의 진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책을 보게 되면 로버트가 유세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고, 손을 잡아주는 장면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로버트의 지지자들도 이에 응답하여 열렬히 손을 흔들어 주죠. 정말 애석하게도 그의 마지막도 한 소년에게 손을 뻗어주는 과정에서 이뤄졌으니 그의 손이 가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겁니다.

나이, 인종, 지위에 상관하지 않고 이렇게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당시 로버트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백 마디 말을 듣는 것보다 누군가가 손 한번 잡아주고, 한번 등을 토닥여주는 것에 더 힘이 났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당시 미국에서 소외당했던 사람들도 이렇게 누군가의 손길을 원하고, 자신들의 처지에 조금이라도 공감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로버트는 편견 없이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입니다. 지금은 정치 유세장에서 손을 잡고 악수하는 게 별일 아니라고 느껴지지만 당시 미국에서의 악수는 분명 무게감이 달랐을 겁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까지 당선된 대체역사에서 미국의 문제가 눈 녹듯 전부 사라지는 것은 힘들었을 겁니다. 분명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어도 여러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쳤을 것이고, 이 문제에 맞서 그가 어떤 대처를 했을지는 우리의 상상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냉정히 말하면 로버트가 대통령직을 무조건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는 보장은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도 사람인 만큼 여러 결점들도 있었으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링컨 대통령을 연상케 할 만큼 길다란 행렬이 이어지고, 지금까지도 로버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으로도 우리가 그를 재조명해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는 어쨌든 혼란스러운 1960년대 미국에서 국민들의 대안이 될 리더십을 제시했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당당히 선언했으니 말입니다. 말로든, 손으로든, 의지로든 말이죠.

그의 사망으로 이 리더십은 완성되지 못한 채 끝나 버렸지만, 지금까지도 로버트를 본받아 더 나은 미국을 만들겠다는 정치가들이 많은 것을 볼 때 로버트의 미국은 미완성이어서 더욱 아까운 '가지 않은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길이 지금의 '닉슨을 선택한 미국'보다 나은 길이라고 확답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로버트의 미국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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