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있는 침대
김경원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김애란, 김영하, 김훈, 김중혁...(엇, 모두 김씨? ^^) 의 소설을 읽다보면 나는 도저히 이런 글을 쓸 수 없으리란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작가의 글은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하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런 자신감을 팍팍 심어 준 소설, 와인이 있는 침대. *^^*

  그런데 그거 아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첫 소설을 발표했을 때, 친구들이 말했단다.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이에 대한 무라키미의 반응. “그러나 그들은 쓰지 않았고 나는 썼다.”

  그렇다~ 작가 김경원은 ‘와인이 있는 침대’를 썼고 나는 아무 것도 쓰지 않고 있다. --;;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 꽤 여러 편의 소설을 쓴 분 같던데 내가 느끼기에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일기쓰기에서 조차 남발을 피한다는 ‘나는, 난, 내...’같은 말이 거슬리게 많다. 특히 대사들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서른세 살의 다현이 대학 시절 첫사랑의 연락을 받고 다시 만났을 때 첫사랑 왈)

  “세월이 흘러도 예쁜 건 여전하구나.”

  (오, 노우! 이런 대사를 날리는 남자는 뭐하는 사람일까.

  알고 보니 다단계 회원 모집을 위해 만났던 것.

  이런 에피소드, 2008년에도 먹히나? 너무 올드 해서 다시 참신해진 건가?

  마흔 살의 내가 재밌게 봤던 톰과 제리를 요즘 애들이 재밌어 하듯 말이다.)




  (다현이 사랑에 빠질 남자와의 데이트에서, 그 남자 왈)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물어도 되나요?”

  “심각한 말인가요?”

  “오늘 밤 나랑 함께 있을래요? 당신은 그런 면에서 솔직할 것 같은데...”

  (이건 어느 시대 대화법일까?

  와인과 음악과 무르익은 대사들로 로맨틱하게 이끌면 좋았으련만.

  무르익은 대사, 물론 어렵다. 어려우니까 아무나 작가하는 거 아니다...)

    

  서른 셋의 프리랜서 작가와 항공관제사 라는 그럴듯한 직업과 와인, 섹스, 고독... 소재는 세련됐는데 그것을 제련하고 세공하는 장인의 솜씨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문학을 순수냐 대중이냐로 나누는 것을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은 대중소설에 가깝다. 그렇다고 상큼하고 쿨한 칙 릿도 아니고...

  소설은 사색의 장르가 아니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한다, 슬프다, 고독하다, 인스턴트 사랑은 싫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단지 배경과 정황을 묘사하고 독자가 읽다보면 매직 아이(magic eye)처럼 슬픔, 고독, 진실...등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 와인이 있는 침대는 사색이 많다.

  내가 뭘 몰라서 이렇게 신랄한 거 아닌가? 이쯤에서 중견작가 윤후명님의 글을 인용하며 꼬리를 내리련다.

  ‘오랜 연마가 한눈에 전해졌다. 잔잔히 이끌어가는 솜씨에 감탄했다...(중략)... 일상성 속에 잠재되어 있는 삶의 날(刃)을 드러내는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격 있는 문학을 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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