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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는 어디로 갔을까?
바루 글.그림 / 사파리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불가사리는 어디로 갔을까?
작가: 글/그림 바루
출판사 : 사파리
글이 없고, 거의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처음 표지를 접했을 때부터 그림과 색감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기에
아이와 저는 기분 좋게 책장을 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ㅎ
(지금 소개한 페이지는 실제로는 두번째 장에 해당됩니다.)
커다란 고래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물고기들, 조개들, 해초들을 편안하게 지켜주듯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바닷속의 많은 서로다른 친구들은 어우려져 헤엄치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요하고 평온한 바닷속에 무슨 일이 있어나는 걸까요?
막을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보고 싶을만큼, 첫 장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아우~~ 행복하구나 너희들!^^

그런데. 다음장을 넘기면 무슨일이 있었나 봅니다.
노랑 불가사리
파랑 해파리
니모로 잘 알려진 흰동가리........
그리고
글자없는 그림책에 어울릴 법한 짧은 문장들...
"불가사리는 어디로 갔을까?
해파리는 어디로 갔을까?
흰동가리는 어디로 갔을까? "
어디론가 가버린 이 아이들.....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해주려나 보네요~

바닷속에는 언제부터인가 '깡통, 다쓰고 버린 플라스틱 샴푸통' 과 같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처음 쓰레기들이 한 두개 보이기 시작했을 때에 바닷 속 친구들은 "이게 뭘까?" 하는 호기심에 몰려들기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폐타이어, 쇠로된 배관, 난로통...등등' 과 같은 부피가 크고 녹이슬게 되는 무시무시한 쓰레기들이 점 점 늘어나면서 바닷속친구들의 표정은 않좋아집니다.
그리고 쓰레기가 쌓여있는 주변에는 가지 않고 슬금슬금 그 주변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죠..

평온했던 바닷속에 쓰레기들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지...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바닷속 친구들보다 쓰레기가 더 많은 공간을 채우고 있네요.
물고기들은 이제 그 주변에서 떠나가고 있습니다.
마치 " 여긴 더 이상 우리가 살 곳이 아닌 것 같아.. 우리 다른 곳으로 가자...." 라고 하는 듯 말이죠.
바다속 친구들은 이대로 자신들의 중요한 터전인 "바다"를 포기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그들의 생존터전을 지켜내기 위해서 힘을 모으는 듯합니다.
작고 여린 물고기부터 몸집이 큰 고래까지 .. 죽을 힘을 다해 그들의 집을 다시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힘쓰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안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이제 막 48개월에 접어든 다섯 살 아들은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줬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만든 글이 없는 책들도 적지 않게 읽었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수많은 물고기들이 서로 같은 색과 무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얼마나 세심하게 정성들여서 그렸는지 알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
그리고 알록달록 예쁘기도 하면서 눈도 편안한 색감의 선택...
바닷속 친구들의 눈과 입모양으로도 충분히 느낌과 감정을 읽는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등등의 높은 퀄러티의 글,그림이 아들에게 소소하지만 강렬한 감동을 전해주어서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자연을 지켜주자는 교훈을 담은 책을 대할 때에 엄마들은 자칫,
"자연과 동물을 위해 더불어 함께 살고 있는 이 지구를 깨끗하게 관리하자~" 라고 이야기하려고 아이에게 스토리를 전달하기 급급하진 않으셨나요? ㅎㅎ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시고,
엄마가 먼저 그림안으로 풍덩~ 빠져서 스토리를 만들어 보고 난 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어떻게 됐을까?' 하고 발문하는 형식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읽기를 반복할 수록 발견하지 못했던 그림들을 찾아내고,
아이의 시선으로 만들어가는 스토리를 엄마가 감상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작가의 말도 책 맨 뒤에 싣려 있는데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책인 만큼,
자연과 동물에 대해 소중한 마음을 아이들이 간직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들려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일요일 아침을 간단히 먹던 중,
아이는 식탁에 스케치북을 가져와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의 내용은 바닷속 애니메이션이지만, 자극제는 노트북 위에 놓인 "불가사리는 어디갔을까?" 였네요.^^
책을 받고 난 후 거의 매일 이 책을 들고와서 읽어 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겐 글이 많은 그림책보다는 그림으로 스토리를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높은 퀄러티를 가진 그림책이
훨씬 더 큰 감동과 흥미를 줄 수 있다는 진리를 또 한번 깨닫게 해 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