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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맞다와 무답이 ㅣ 담쟁이 문고
최성각 지음, 이상훈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사실 전 생태소설이라고 분류된 책은 이번에 처음 접해보았어요.
'생태소설은 어떤 책일까?', '제목이 왜 맞다와 무답이일까?', '이름을 왜 이렇게 지어줬지?' 등 궁금한 점이 많았어요.
전 화초랑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데 키울 때마다 이름 지어주는 것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름의 주인공인 동물의 특징도 담겨 있어야 할 것 같고, 부르기도 좋아야 할 것 같고, 예쁘고, 좋은 뜻이 담겨 있어야할 것 같고,...이런 저만의 생각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맞다와 무답이" 제목을 보았을 때 뜻은 추측할 수 있지만 왜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는지가 궁금하더군요.
거위의 하얀 몸이 돋보이는 밤에 어딘가를 바라보는 거위 한쌍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를 보았을 때 '어딜 보고 있는거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라는 생각과 무언가 또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되는 그림이 묘했어요.
거위는 제가 책으로도 접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의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새 종류나 닭, 오리 등은 직, 간접적으로 접해 본 적이 있으나 거위는 처음 책으로 접해보는 것이라 제가 알고 있는 오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했어요.
이런저런 궁금한 것을 담고서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이야기를 펼치기 전에>라는 페이지가 있는데 작가가 직접 키운 거위, "맞다와 무답이"의 이야기이고, 이 세상에 없는 그 거위 한 쌍 이름만이라도 책을 접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글에서 그 거위 한 쌍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껴지더라고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잊혀진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우정이든, 사랑이든, 공적, 사적으로든 어떠한 관계를 가지며 살게 되는데 이름조차 잊혀져 누구인지 모른다면 그 존재감이 없는 것 같아 마음 아프잖아요.
동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도 어릴 적부터 키운 동물들 특징이며 이름, 추억 모두 기억을 하고 있어요. 워낙 화초뿐만 아니라 동물도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때 그 때마다 그 동물들은 저에겐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는 것 같아요.
작가의 마음도 특별한 존재였던 "맞다"와 "무답이"를 잊지 않고, "맞다"와 "무답이"의 생활을 책으로나마 접한 독자들에게도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헤아릴 수 있더라고요.
그런 것 보면 맞다와 무답이는 제가 키운 동물들보다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을테니 더 행복할거에요.
풀꽃 평화 연구소 설립한 왕풀님과 새끼 거위 한 쌍을 데리고 가는 길에 새만금 갯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 "괙! 괙!" 울던 수컷 이름이 "맞다"가 되었고, 아무런 소리가 없던 남은 거위 한 마리는 "무답이"라는 이름을 갖게되요.
"맞다"와 "무답이" 이름을 갖게 된 동기가 참 특이하죠.
이렇게 "맞다"와 "무답이"를 데리고 와서 생활하는데 처음 새식구 들이게 되면 준비할 것도, 알아가는 것도 많은 것처럼 작가도 "맞다"와 "무답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동안 친해지려 했던 들고양이에게도 혼을 내며 "맞다"와 "무답이"와의 생활이 시작되어요.
저는 처음 키우는 새식구가 들어오면 정보를 먼저 입수해서 배우는편이라면 작가는 같이 살면서 알아가는 편인 것 같았어요.
아이들의 자연 관찰 책이 그림이나 사진과 정보가 들어 있는 책이라면 생태 소설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 책에도 그림이 나오지만 작가의 경험과 정보가 비교, 차이 등으로 오리와 거위의 차이 등 이 우러나온다고 할까요.
저도 책으로 거위를 처음 접한 것이라서 오리와의 차이가 궁금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차이도 얼마나 비교를 잘 해놨는지 재미있었어요.
<오리와 거위의 걸음걸이는 다릅니다. 오리는 좌우로 흔들어대는 엉덩이의 움직임이 너무나 커서 몸체 전체가 흔들리는 바가지에 든 물처럼 출렁거립니다...>, <거위 역시 엉덩이를 조금씩 좌우로 흔들긴 해도 그 모습이 대단히 평화롭고, 안정되어 있습니다. 관절은 몸통 속에서 감춰져 있어 걸을 때 다리는 꼭 수평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오리와 거위의 가장 큰 차이는 목의 길이라는 내용도 있지만 오리의 걸음 걸이 비유와 거위의 걸음 걸이 묘사가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상상이 가더라고요.
그림도 수채화처럼 맑고, 세밀화처럼 따뜻하고, 선명한 색채가 예뻐서 책의 내용이 더욱 실감나는 것같아요.
작가가 직접 키운 거위 한 쌍과의 이야기여서 주변의 등장 인물들과의 대화도 실제 상황처럼 느껴져 재미를 더해 주는 것 같았어요.
마치 저도 함께 "맞다"와 "무답이"를 키우는 것처럼 이야기 속으로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맞다"와 "무답이"가 처음 알을 낳았을 때는 전 의아해했어요. 당연히 그 알을 자연 부화든 인공 부화든 시킬 줄 알았거든요. "맞다"와 "무답이"의 첫 결실이니까요.
하지만 "맞다"와 "무답이"의 알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조금은 안타까웠어요.
제가 어릴 때 키운 동물들 중 어른들은 팔거나 고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알도 사람들의 식량으로 쓰인 적이 있어서 그 기억에 더 안타까웠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적 전 제가 키운 동물들을 먹거나 주는 것은 못하겠던데 어른들은 사먹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제가 어릴 적 경험들도 생각나고, "맞다"와 "무답이"이가 궁금해서 책 장을 넘기며 보면서도 사진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책을 읽었는데 "맞다"와 "무답이"의 죽음에서는 정말 제가 숨이 콱 막히더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맞다"의 죽음에 "무답이"가 겪었을 고통과 "무답이"의 죽음을 그린 내용에서는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최근에 제 경험을 떠올리거나 가슴 아파서 눈물을 흘렸던 책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아픈 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 어릴 적에 키운 토끼들이 있었는데 토끼는 울음 소리가 없어 무척 조용하고, 예민한 동물인데 밤에 "토끼의 울음소리인가?", "이게 무슨 소리지?"라고 놀란 적이 있었어요. 동물들이 새끼 낳을 때 사람들이 쳐다보면 죽이거나 잡아 먹는다는 어른들 말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마음 조리다 날새고 잠든 적이 있었는데 쥐들이 토끼 새끼들을 끌고 가 잡아 먹은 흔적을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그렇게 토끼 새끼 숨겨진 곳에서 피 묻은 상태로 도망쳐 나오는 쥐까지 볼 때 자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울음 소리 없는 토끼가 그렇게 소리를 지를 때 우리에게 도와달라는 소리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무답이"도 도움을 청할 수 없이 혼자 감당했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파 제가 어릴 때 지켜주지 못했던 동물들도 생각나더라고요.
"맞다"와 "무답이"랑 같이 지냈던 개 "찰구"도 짖는 것만으로 도와주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요.
현재 새로 키우는 거위, "철근"이와 "구리"가 "맞다"와 "무답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알들 부화장으로 맡겼다고 하는데 거기서 태어난 거위들인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정말 가족으로 새로 맞아하는 동물이 있다면 사고로부터 죽는 일이 없도록 사람들이 최소한으로 안전을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생태소설은 처음 접했는데 주인공 동물 뿐만 아니라 그 동물의 습성으로 인해 먹거리부터 생활 모습까지 알게 되고, 감동까지 전해지는 책이었어요.
그림과 이야기가 정말 감동의 흐름을 막힘 없이 전해주는 생명에 대한 소중한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