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김진영 지음, 한용욱 그림 / 아테나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 소개글을 보았을 때 사실 우리 나라의 한 시대를 그린 내용이라고 짐작만 하고, 왜 제목이 "꽃길"인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받자마자 느낌이 처음 읽기 전과는 너무 다르더라고요.

책을 그 자리에서 바로 읽어내려 가기 시작하고, 이렇게 바로 서평을 쓴 책도 처음이에요.

책을 읽기 시작하면 표지든 내용이든 한 글자도 빼먹지 않고, 읽는 스타일인데 아름다운 눈물을 선물해준다는 평가글을 보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책의 그 시대적 배경을 잘 표현한 동양화 같은 그림으로 전시회를 보는 것 같아 아름답다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저녁에 이 책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눈물이 한 번 나기 시작하니 그칠 줄 몰랐어요.

책 표지의 꽃길 색채도 화사한 느낌이 들어서 '눈물보다는 아름다움쪽이겠지...'하고 아름다움쪽으로 기울인채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름다운 눈물'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 들어맞더군요.

 

신랑이 퇴근하고 온 줄도 모르고, 주방에서 쭈그리고 앉아 읽다가 뒤늦은 기척 소리에 일어났는데 신랑이 저를 보고 놀라는거에요.

전 그런 신랑 표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요.

신랑이 저를 한 참 바라본 후 "무슨 일 있어?"라고 묻더라고요.

전 "아니, 책 읽고 있었어."라고 말하며 책을 보여줬더니 신랑 왈 "난, 또 무슨 일 인가했는데 책 보고 운거야?"라고 배시시 웃더라고요.

정말 손에서 놓아지지 않는 책이고, 다시 읽어도 눈물과 감동에 흠뻑 젖는 책이에요.

 

이 책을 처음 펼쳐 읽기 시작하는데 대화 부분이 사투리지만 저의 친할아버지댁이 경남 통영이라서 사투리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신라시대 풍습과 특징도 내용과 그림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토기에 대해서 몰랐다 하더라도 책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책의 메세지를 느낄 수 있어 좋은 책이에요.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면

<대나무처럼 곧은 수창이 아버지 만오는 토기장이인데 그릇만 만들다가 언젠가 인물상을 만들어요.

수창이는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집안 일을 수창이가 해오며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었지만 토기만드는 것에 열중하는 아버지에게 원망 하지 못하고, 아버지 작품들을 유심히 보면 이바구가 생각난다는 수창이.

돌림병으로 죽어 가자 껴묻거리가 많이 필요했던 나라에서는 토기장이들을 나라에서 만들으라고 한 것만 만들도록 관리하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죠.

정태 아범은 촌주 어른께 만오의 솜씨를 자랑하고, 촌주 어른은 만오의 인물상을 아첨하는 곳에 바치려고 했지만 만오가 내놓지 않자 잡아 가요.>

토기장이 아버지와 아들 간의 사랑과 시대적 현실을 그린 내용이에요.

 

만오는 그 당시 수창이가 돌림병에 걸려 온 몸과 마음이 수창이에게 쏠려 있을 때인데 죽어 가는 자식을 혼자 두고 끌려 가니 그 마음 찢어지는 것보다 더하죠.

아들 수창이가 아버지 만오를 생각하는 마음, 아버지 만오가 아들 수창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서로가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끈끈하게 묻어나는 이야기를 보며 정말 마음이 후끈후끈해지더라고요.

어쩜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그 상황, 그 사람의 마음 모든 걸 느낄 수 있고, 소소한 것 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묘사가 되요.

그 당시 백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제한 된 나약한 힘이지만 가족간의 사랑은 정말 백성이든 벼슬아치든 차이가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죠.

'나약한 백성들은 껴묻거리도 넣어주지 못하고, 돌림병이 나도 의원을 부르거나 약을 쓸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니 껴묻거리를 만드는 토기장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어떤 마음이었을까?'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사실 계급이나 신분 제도가 사라지고, 요즘 민주주의 사회라지만 재력으로 상,중,하류층은 있잖아요.

요즘 빈부 격차가 심해지다 보니 아이나 어른이 아파도 돈이 없어 큰 수술 못하고, 고생하다 그냥 보내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병원 특실이나 담당 의사를 따로 두고 사는 사람도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 가족이 죽어가는 데 돈이 없어 수술 못하고 지켜봐야하는 고통은 누구도 그 마음 헤아릴 수 없어요.

상류층 사람들이 국민들이 살아가는 생활 속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책 속의 시대에도 자기의 입장만 생각하고, 어디에 아첨해야 하는지에 생각하기 바쁜 벼슬아치들처럼 같은거죠.

토기장이 만오는 단지 토기장이 아들로 태어나 고생만하다 죽은 수창이에게 저 세상에서는 고생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갖춘 인물상을 껴묻거리로 주고 싶어서 누구에게도 팔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아버지 만오의 마음은 그 어떤 부모도 이해하고 남을 심정이에요.

토기장이가 아니더라도 지금 세상에서 고생한 것 저 세상에서는 달리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같을텐데 껴묻거리를 만드는 토기장이 마음은 더 하지 않았나 싶어요.

양반들에게만 껴묻거리를 넣을 수 있는 시대에 평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고생하는 자식에게 토기장이가 해 줄 수 있는 저 세상 가는 길을 위한 마지막 선물인거죠.

 

아들 수창이가 묻힌 곳 이야기에서 <그런데 만오의 눈앞에 쑥부쟁이 꽃이 들어왔습니다. 만오는 쑥부쟁이 꽃을 한 움큼 꺾었습니다.

'머시마 같지 않게 우리 수창이가 좋아하던 쑥부쟁이구마.'>라는 말은 처음 이야기 발단에서 수창이 아버지 만오가 수창이에게 쑥부쟁이 꽃을 가지고 다니는 수창이에게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르게 되요.

<"그란데 니는 와 만날 머시마가 꽃을 꺽어 가지고 다녀쌌노? 당장 치아뿌라."

만오가 쑥부쟁이 꽃묶음을 잡아채 던져 버렸습니다.>

쑥부쟁이를 좋아하는 수창이가 가지고 있던 쑥부쟁이 묶음을 던져버리던 무뚝뚝하고, 강한 아버지에서 이제는 아들 수창이가 묻힌 곳에 쑥부쟁이 꽃들이 보이고, 저 세상으로 간 아들 수창이에게 그 쑥부쟁이 꽃묶음을 내려놓는 아버지가 되지요.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라는 내용에서 수창이가 "지금은 아빠가 날 아주 많이 사랑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꽃길은 바로 아빠가 만들어준 길이니까."라는 문구가 있어요.

결국 쑥부쟁이 꽃길은 아버지 만오가 아들 수창이에게 사랑을 표현한 마음이었고, 수창이가 아버지 마음을 알게 된 살아있는 생명체였던것이에요.

 

작가가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라는 내용에서 수창이를 대신해 말하는 내용은 책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었어요.

흐르던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마음이 짠하다기 보다는 북받쳐 오르기도 하는 그런 감동까지 주는 책이어서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에요.

내용의 감동을 그림이 다시 한 번 되짚어주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제가 읽고나서 너무 슬픈 책인데 감동적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권해주기도했어요.

시대의 특징을 암기의 역사책이 아닌 감동으로 배우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고자 하는 부분이 있어요.

본문에서 내용마다 소제목이 있고, 소제목 내용 들어가기 전에 제○장 이라고 그 소제목 내용 일부가 앞에 소개되는 구성인데요.

15페이지 전에 <제1장 토기장이, 만오 "전에 아버지가 만들었던 토기들은 보통 그릇으로 쓰이는 것이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 특이한 모양의 토기만을 만드는 아버지가 이상하게만 보입니다.">라는 문구에서 '그릇으로 쓰이는 것이 부분이었습니다.'가 아니라 '그릇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가 맞는 것 같아요.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자꾸 매끄럽지 않아 반복해서 읽어도 잘못 된 것 같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본문에는 맞게 쓰여 있는 것을 보니 15페이지 앞에만 한글자가 빠졌나봐요.

한 번 확인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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