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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마음 -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고진하 지음, 고은비 그림 / 디플롯 / 2021년 10월
평점 :
가을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들어 저절러 움츠려드는 요즘.
여름옷을 집어넣고 가을옷을 꺼내기 무섭게 겨울옷을 또 꺼내고 있다.
아직 기관 생활을 하지 않는 둘째와 시간날때마다 산책을 나선다.
살고 있는 동네가 시골이라 여기저기 야생초가 널려있는데 나름 생물학과 출신이라 알고있는 지식안에서 설명을 해주곤 했는데,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라 멈칫멈칫 거렸다.
야생초 마음을 만나고 그 빠진 일부분을 찾았다.
내가 어릴때 만난 야생초에 대한 추억을 잊고 있었다.
쇠비름 뿌리를 쓰다듬어주면 빨갛게 변한다고 엄마가 노래(시집가네 마네 뭐 이런 노래였던듯) 부르며 알려줬던 추억.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땐 30분 넘는 거리를 걸어다니며 만난 환삼덩굴을 가시풀이라고 부르며 피해다녔다. 여린 피부에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서 어찌나 따갑던지.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돌아갈 길을 찾고 돌아갈 길이 없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조심조심 다녔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요즘엔 환삼덩굴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파트, 공원 여기저기 수시로 예초기를 돌려대서 그런듯 싶다. 어쩌다 보이면 옛날 생각에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메 뿌리 먹기위해 논두렁 밭두렁 메꽃만 찾아 다녔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했던 추억의 맛. 그 맛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메꽃을 찾으러 다니지만 아직까지 내가 사는 동네에선 만나지 못했다. 내년 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봐야지.
수영, 질경이, 꽃다지를 뜯어서 소꿉놀이도 하고, 봉숭아 꽃물을 들일때면 괭이밥을 뜯어서 같이 짓이겨 사용하고, 토끼풀로 꽃반지 만들고 어렵게 찾은 네잎클로버를 고이 말려서 선물했던 추억이 순식간에 밀려들어온다.
한권으로 참으로 소중했던 추억들이 소환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야생초와 이렇다할 추억이 없다면 야생초 마음을 벗삼아 내년 봄부터 예쁜 추억 만들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또, 야생초 마음은 추억만 곱씹기엔 아까운 책이다. 각 야생초의 생물학적 특성과 요리법, 효능을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야생초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약간 해박한 지식이 쌓여서 아이에게 조금 더 알려줄 수 있는 박학다식한 책!
시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책!
야생초 마음과 함께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해 본다.
덧~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