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돌려줘 ㅣ 소설의 첫 만남 38
이주혜 지음, 김지인 그림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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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미래에서 도착한 수상한 메일.

ー여름을 잃었어. 여름을 되찾고 싶어. 여름을 돌려줄 수 있겠니?

미래에서 메일을 보낸 ‘아루’는 잃어버린 여름을 궁금해했다.

여름은 덥다. 찝찝하게 땀을 흘리고, 햇볕 아래를 걷고 있으면 온몸의 진이 빠진다.

하지만 주인공이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름이 ‘여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이 왜 ‘여름’이 되었는지 생각하던 그는 이 모든 것이 엄마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은 엄마일지도 모르는 ‘아루’를 잔뜩 약 올리기 위해 답장을 보낸다.

‘여름을 영영 잃어버린 미래를 축하한다.’

하지만 엄마와 엄마의 친구인 서래 이모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여름은 기후 위기를 조금씩 체감하게 된다.

이 소설은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서툴기만 한 엄마와 딸의 관계 속에 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각자의 여름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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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역사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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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책 표지가 독특하다. 『나의 통역사』가 적힌 책 표지 위로 불투명한 종이가 한 겹 덮여 있다. 가운데 TOLK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처음에는 TALK를 잘못 쓴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내 TOLK이 덴마크어로 ‘통역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 불투명한 종이 없이도 책의 제목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불투명한 종이만 남겨진다면 나는 책의 제목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표지부터 이 소설의 주제인 디아스포라를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자친구인 통역사와 함께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덴마크에 입양되어 덴마크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나’는 통역사의 입을 통해서만 가족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소설의 특별한 연출은 ‘나’가 가족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독자 또한 통역사가 통역해 주기 전까지는 가족의 말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힘든 것은 통하지 않는 대화만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살아온 가족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로 ‘나’를 대하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덴마크에 입양되어 살아온 ‘나’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로 ‘나’ 역시 한국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가족을 바라보기도 한다.

게다가 ‘나’는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덴마크에 입양 보냈던 가족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지, 어렵게 다시 이어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나는 우리 가족의 역사에서 지워진 사람이야. 그래서 내 이야기를 직접 써야 해.

이 책에서 통역은 단순히 말을 옮기는 일이 아니다. 살아온 삶과 문화, 그리고 ‘나’를 이해하려는 과정이다. 가족이라 해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의 통역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통역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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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0 - 달러구트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 ㅣ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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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달러구트는 꿈을 파는 ‘세 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의 아들이다. 엄마를 도와 가게를 꾸려가던 어느 날, 엄마는 “이번엔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몰라”라는 한 마디를 남긴 채 실종된다. 게다가 가게를 노리는 이들에게 진 빚 때문에,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가게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달러구트는 빚을 갚을 방법을 찾던 중 사람들의 불면증을 치료해 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양 세는 꿈’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엄마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게 된다.

달러구트는 엄마를 만나 가게를 지켜낼 수 있을까?

ー

이 소설의 설정이 무척 독특하다. 사실 나는 앞서 출간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 꿈을 사고파는 이야기라는 정도만 알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 소설의 재미는 독특한 세계관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인물 모두 허투루 지나가서는 안 된다. 이곳저곳에 흩뿌려진 이야기 조각들은 결국 한데 모여 달러구트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덕분에 어린 시절의 달러구트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소설은 불면증에 시달리던 ‘세 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의 아들이 훗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주인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이야기. 이미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반가운 이야기일 것이고, 나처럼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시작이 될 작품이었다.

달러구트가 생각하는 잠을 읽으며 문득 나에게 잠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잠은 피곤했던 하루에 마침표를 찍게 해준다. 눈을 감고 잠에 들 때면 꿈을 꿀 때도 있고, 꾸지 않을 때도 있다. 꿈을 꾸게 되어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지만,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채워준다.

누군가 나에게 잠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달러구트처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재주가 없으니 그의 말을 빌리겠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삶에 잘 그려 넣은 쉼표요.”

ー그건 네가 잠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마음은 아닐 거야.
그러니까 잘 자. 아주 좋은 꿈을 꾸게 될 거야.

모든 사람이 아주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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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ㅣ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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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듣기만 해도 달큰한 냄새가 맴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수상한 냄새가 살짝 배어 있다.

소설의 주인공 이치쿠라 고하루는 빵집 ‘노스티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인상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는 만화를 위해 수집한 자료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달큰한 빵 냄새 속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크루아상, 바게트, 시나몬롤, 초코소라빵, 카레빵.
다섯 종류의 빵. 그리고 다섯 편의 이야기.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살인 사건이나 거대한 음모 대신,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수수께끼를 들려준다. 그 수수께끼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는 사람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가 해결된 뒤에는 그 빵의 유래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나는 초코소라빵을 가장 좋아한다. 서양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일본에서 태어난 빵이라는 점이 조금 놀라웠다. 굵은 쪽부터 먹기 쉽지만, 어느 쪽이 머리이고 어느 쪽이 꼬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얇은 쪽부터 먹는다.

무섭고 무거운 미스터리 소설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달큰한 냄새 속에 감춰진 수수께끼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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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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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에도 MBTI가 있었다.

인간의 모든 성미는 다혈질, 점액질, 담즙질, 우울질이라는 네 가지 기질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한다고 간주되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MBTI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먼 거울』은 최악이라고 일컫는 14세기 중세 유럽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부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까지 모든 것을 엮어낸 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의 의학이었다. 백선은 사내아이의 오줌으로 두피를 씻어서 치료했고, 통풍은 염소 똥에 로즈메리와 꿀을 섞은 환약으로 치료했다. 지금 의료인이 들으면 기함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당시 치료의 목적은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안심시키는 데 있었고, 치유는 하느님에게 맡겨졌다.

하느님은 요즘 귀를 잡수셨나 우리 목소리를 못 들으신 척하시고, 기도조차 아무런 위력이 없어 전염병이 머물러 있네ー

오줌과 똥으로 치료될 리 없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쓸 수 있다는 한국 속담이 떠올랐지만, 그 말 또한 정말 개똥을 약으로 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에게 기댔지만, 그가 응답해 주지 않자 이로 인한 인간의 적의를 인간에게 분출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가 역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솔직하게, 나에게 역사는 어렵고 외우기 힘든 시험 과목이었다. 특히 세계사는 더더욱. 중세 시대란 흑사병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고, 교과서에서 몇 줄로 넘어가곤 했었다.

하지만 『먼 거울』은 고작 몇 줄로 넘어갔던 시대를 한 권의 책으로 되살렸다. 저자가 정성스레 집필한 한 시대의 역사 속에서 나는 어느새 시간 여행을 하고 있었다. 가히 중세 백과사전이라 불릴 만한 책이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교훈을 얻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책을 읽는 내내 어렵기도 했고, 역사의 내용에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며 ‘역사’ 자체에 집중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더 이상 백선을 사내아이의 오줌으로 치료하지도 않고, 통풍에 염소 똥을 사용하지도 않는 시대를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저자의 문장을 의심하지 않고 따라갔다. 외면하고 있었던 역사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먼 거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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