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의 삶은 다음 세 가지 영향하에 놓인다.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센트
자유 의지 50퍼센트

절반에 해당하는 마지막 자유 의지가 우리 삶 전체를 결정할 수 있다.

-

내 영혼의 점수는 몇 점일까.

일단 모기로 태어나지는 않았으니 적어도 2.7점은 넘었을 것이다.

영혼의 점수는 우리가 살아온 삶을 토대로 매겨진다. 6점은 가장 높은 의식 수준을 가리키며, 이 점수에 도달하면 환생의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 외제니 톨레다노의 영혼의 점수는 몇 점일까.

엄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아간 외제니는 그곳에서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 멜리사 톨레다노는 몽매주의 세력이 대혼란을 일으켜 무질서를 틈타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며, 딸 외제니에게 이를 막으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그 대혼란이 찾아오는 날은…

5…
ㄴ 5년?
ㄴ 5.. 4….3..

세상의 종말까지 단 5일!

엄마의 말을 믿지 못하던 외제니는 아빠로부터 ‘퇴행 최면’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전생을 체험하게 된다.

외제니는 무려 12만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첫 번째 전생인 선사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이 소설은 외제니의 전생을 빌려 불의 발견과 같은 인류 문명의 시작을 보여준다. 동시에 지식을 갈망하고 문명 발전을 이끌어 온 인간과, 탐욕을 드러내며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인간이 늘 공존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름도, 국적도, 성별도 달랐던 수많은 삶 속에서 외제니는 매번 자신의 자유 의지로 선택하며 살아 왔다. 그리고 그 모든 삶은 현재의 외제니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자유 의지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내 전생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영혼의 왈츠』는 나에게 즐거운 상상을 맡겼다.

<우리는 영적 경험을 하는 인간 존재들이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하는 영적 존재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로열 블러디 헬 1 ㅣ 문학동네 플레이
박소영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로열 블러디 리그의 목적은 단 하나, 실랜도르왕국의 정당한 왕위 계승자를 선발하는 것이다. 모든 공주와 왕자가 대결에 참여하며, 승자는 왕이 된다. 피를 나눈 형제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날. 설령 리그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살아남은 것이 아닌 핏빛 리그에서 아트 새이크리드는 반드시 왕좌에 앉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날을 앞두고 라온 힐조에 사는 평범한 소녀 해나와 몸이 뒤바뀌고 만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뜻하지 않은 동맹을 맺게 되고…

“네가 다시는 내 몸을 강탈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지, 안 그래?”
“나는 사냥꾼이야. 사냥감이 아니라.”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면 언제 다시 몸이 뒤바뀔지 모르는 위험 요소인 해나를 죽이겠다는 아트의 말에도 해나는 기죽지 않는다. 받은 말은 그대로 돌려주며, 그렇게 혐관 맛집 로맨스 판타지의 서막을 알렸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해나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이성적이고 머리를 쓰는 주인공을 좋아하는데, 해나는 본능적이고 머리 대신 몸을 쓰는, 정반대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해나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겁먹은 주제에 물러서지 않았고,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에, 무엇보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마음을 전부 차지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거든.”

“네게 사랑보다 훨씬 대단한 걸 알려줄게. 다시는 사랑 따위 원하지 않을 만큼.”

마치 해나는 불, 아트는 얼음 같았다.

해나가 너무 뜨겁게 타오르지 않도록 아트가 붙잡아 주고, 아트의 얼어붙은 마음을 해나가 조금씩 녹여 간다.

그래서 나는 둘의 미래가 너무 기대된다.

라온 힐조니안이 꾸는 생생한 꿈은, 크든 작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해나는 라온 힐조니안이다.

“계속 널 찾아 헤맸다. 지난 모든 밤을 달려서.”

물론 해나는 개꿈으로 치부했지만, 나는 제발 개꿈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로맨스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로열 블러디 헬』 은 판타지 장르로서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읽으면서 「해리포터」해리포터’와 「헝거게임」이 떠올랐다. 두 작품처럼 탄탄하고 방대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 그 안에서 펼쳐질 이야기에 기대를 품게 만든다.

로열 블러디 리그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긴 이야기를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아직도 마음이 자라는 우리에게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떠올려본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앤이 길버트의 머리를 칠판으로 내려치는 장면만큼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함께 적힌 문구는 내 기억 한 편에서 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왔다.

“네 낭만을 전부 포기하지는 말아라, 앤. 낭만은 좋은 거란다. 너무 많이는 말고, 앤, 조금은 간직해둬.”

이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매슈 아저씨의 말을 곱씹어 본다.

나는 어른이 된다는 건 몸이 자라는 만큼 마음도 자란다는 말인 줄 알았다. 무엇이든 의연하게 대처하고, 상처받지 않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푼 마음을 안고 좇아가는 낭만은 버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어른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러지 못했다. 상처를 받으면 아팠다.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눈앞이 아득해졌다.
나는 어른이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과나무 길’ 대신 자신의 말로 ‘기쁨의 하얀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던 앤.
한 치의 의심 없이 친구와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던 그 아이.

어른이 된 나는 ‘영원하다’는 말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이제는 과장된 표현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 하지만 좀 쓸쓸한 느낌이 들어요. 사실 제가 이렇게 자랐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재밌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나는 낭만을 버려야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어렸을 때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부푼 마음만을 좇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낭만을 아주 버린다면 좀 쓸쓸할 것 같다.

나는 가끔은 천진난만한 생각을 하고, 가끔은 ‘영원하다’는 말을 믿고 싶어 한다.
아마도 이건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끝내 버리지 못한 낭만의 일부일 것이다.

이제야 작가가 왜 앤의 말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네보고 싶다.

매슈 아저씨의 말처럼 조금의 낭만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가 보자고.

책을 읽는 내내 앤이 건넨 다정한 위로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매스커레이드 라이프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신인상 최종 후보에 오른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세요?”

두 달 전 산속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의 이름은 미야하라 아코. 그리고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는 ‘일본 추리소설 신인상’ 최종 후보에 오른,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 ‘아오키 하루마’였다. 그의 꼬리를 밟을 수 있는 기회는 심사회가 열리는 날. 경찰은 전 엘리트 형사 닛타 고스케가 있는 호텔에 수사 협력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용의자가 추리 소설 신인상 후보에 오를 정도라면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소설이라고 했다. 한 편의 소설에 다섯 개의 트릭을 담아낼 정도의 사람이라면 살인 사건을 속이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매스커레이드 라이프』로 처음 접했다. 당연히 주인공이 형사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 닛타 고스케는 형사를 그만두고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었다. 호텔리어의 신분으로는 수사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의 신분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추리를 이어 나갔다. 덕분에 닛타가 범인을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보다는 사건의 전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매스커레이드’라는 주제를 정말 잘 활용했다고 느꼈다.

무대는 호텔이다.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호텔리어는 그 가면을 존중하고 절대로 벗기려 해서는 안 된다. 호텔리어의 철칙이죠.”

호텔을 방문한 고객은 모두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가면을 쓴 채 무대 위에 오른다.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그들 역시 닛타 고스케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의 가면 아래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이야기는 독자가 의구심 한 번 품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 부분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야기를 얼마나 치밀하게 쌓아 올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추리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일상에서 쉽게 알 수 없는 지식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플라스틱이나 금속에 찍힌 지문은 몇 달 만에 사라지지만, 종이에 찍힌 지문은 몇 년 동안 남아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는 척 하고 싶어지는 지식이다.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니, 그들이 쓰고 있던 가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마음속에 가면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때로는 가면을 쓰고 때로는 가면을 벗고서 살아가죠. 그렇기에 인생이 풍부하고 즐거워지는 거고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14일』은 국적도 나이도 다르고 집필하는 장르조차 다른 36명의 작가가 모여 한 권으로 엮어낸 책이다. 단편을 모아둔 것도 아니고,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절,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리빙턴가에 있는 한 건물 관리인 ‘펀스비 암스‘의 이야기가 서두였다. 그는 이전 관리인이 작성한 노트를 발견하게 되고 건물 세입자들을 알게 된다. 펀스비 암스에 의하면 이 건물에는 유명한 사람은 없다고 했지만, 세입자들이 옥상에서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어떤 유명 인사의 말보다도 흥미로웠다.

로맨스부터 스릴러, 순수문학에서 아동문학, 시와 논픽션까지. 각 장르에서 저명한 작가가 공동 집필한 소설이라더니, 세입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작가 고유의 색이 묻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내가 맡은 파트이자,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열두째 날’에는 이야기 속에 시를 인용했는데, 나는 분명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이 시인일 것이라고 추측했었다. 사실 나는 참여 작가 가운데 익숙한 이름이 거의 없었기에 시인이라고 추측한다 해도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열두째 날’을 쓴 작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이 소설의 재미라고 생각되었다. 읽기 전에는 작가를 추측하고, 읽고 나서는 작가를 알고, 작가가 세입자들의 이름을 빌려 쓴 이야기에 묻어 나오는 고유의 색을 발견하는 재미. 이 소설이 아니고서야 이런 재미를 언제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열두째 날’ 중에서도 시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좋았다. 소설을 읽는 독자도, 옥상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나누는 세입자들도, 「데카메론」을 떠올렸을 것이다. 흑사병을 피해 피렌체 교외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열흘 동안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책 말이다.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예술행정가 부부가 전염병에 대한 관한 고전 독서회에서 「데카메론」을 가져오면서부터였다.

“다음에 전염병에 관해 글을 쓴 작가를 선택할 때는 전염병에 희생된 작가면서도 기쁨과 유머를 찾아냈던 사람을 고르십시오.”

부부는 사람들에게 「데카메론」이 퀴어 혐오니 장애인 혐오니 하는 비난을 잔뜩 듣는다. 세계적인 고전 작품이지만, 현대의 시각에서는 비판받을 부분이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관리인이 몰래 녹음했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다면, 아주 먼 미래에는 지금의 「데카메론」처럼 그 시대의 시선으로 평가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쉽지 않은 글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 분명하다. 팬데믹 시절, 주민들은 왜 「데카메론」처럼 옥상에 모여 하나둘씩 저마다의 이야기를 꺼냈을까. 전염병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기다림에는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