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아직도 마음이 자라는 우리에게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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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떠올려본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앤이 길버트의 머리를 칠판으로 내려치는 장면만큼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과 함께 적힌 문구는 내 기억 한 편에서 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왔다.

“네 낭만을 전부 포기하지는 말아라, 앤. 낭만은 좋은 거란다. 너무 많이는 말고, 앤, 조금은 간직해둬.”

이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매슈 아저씨의 말을 곱씹어 본다.

나는 어른이 된다는 건 몸이 자라는 만큼 마음도 자란다는 말인 줄 알았다. 무엇이든 의연하게 대처하고, 상처받지 않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푼 마음을 안고 좇아가는 낭만은 버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어른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그러지 못했다. 상처를 받으면 아팠다.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눈앞이 아득해졌다.
나는 어른이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과나무 길’ 대신 자신의 말로 ‘기쁨의 하얀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던 앤.
한 치의 의심 없이 친구와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던 그 아이.

어른이 된 나는 ‘영원하다’는 말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이제는 과장된 표현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 하지만 좀 쓸쓸한 느낌이 들어요. 사실 제가 이렇게 자랐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재밌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나는 낭만을 버려야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어렸을 때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부푼 마음만을 좇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낭만을 아주 버린다면 좀 쓸쓸할 것 같다.

나는 가끔은 천진난만한 생각을 하고, 가끔은 ‘영원하다’는 말을 믿고 싶어 한다.
아마도 이건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끝내 버리지 못한 낭만의 일부일 것이다.

이제야 작가가 왜 앤의 말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건네보고 싶다.

매슈 아저씨의 말처럼 조금의 낭만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가 보자고.

책을 읽는 내내 앤이 건넨 다정한 위로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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