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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ㅣ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2
베서니 맥린 & 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어난 후 그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접했었다.
책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 시선의 깊이에 따라 책들의 내용이, 서술하는 방식이 달랐다. 그 모든 것에 대한 종합편, 참고서라고 할 만한 것이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라는 생각이 든다.
4페이지의 짧은 분량으로 적어놓은 '프롤로그'는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영화 <마진 콜>을 압축해서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듯 보였다.
짧은 글이었지만 이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큰 압박으로 다가오던 책의 분량(539페이지)에 대한 무서움이 기대감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본격적인 생생한 스토리는 정말 소설같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스릴이나 흥미를 느낄 여유는 없다. 책의 지면에서 다루어지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들이 모두 사실이고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단지 영화 속에서나 그려질만한, 현실에서는 '설마'하며 무시할만한 온갖 것들이 일어나고 행해진다. 어쩌면 '상상' 그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것들이 말이다.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같은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이다.
책과 영화를 모두 본 나의 평가는 <인사이드 잡>은 너무도 짧고 수박 겉핥기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금융위기의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의 요약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오랜 시간 동안의 숙성(?)을 거쳐서 만들어 낸 현재의 금융위기를 샅샅이 파헤져 간다. 지금의 위기가 결코 '블랙스완'이라고 말하며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여지를 깡그리 무너뜨려 버린다.
작금의 위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의 탐욕이란 벽돌을 정성스레(?) 한 장 한 장 쌓아올렸던 것이 무너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탐욕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건재하며 힘없고 무지한 엉뚱한 사람들이 희생양으로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고 현재다.
영화 <마진 콜>을 보면서,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를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분노를 넘어선다. 그것은 허탈감이다. 그리고 무력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지는 단순한 '분노'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모자란다. 무거운 침전물이 되어 삶의 의미조차 짓눌러 버리는 것이 되어버린다.
지금의 위기를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커다란 재앙이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해야한다고 말하지만 더 큰 재앙은 '믿음'이 사라져 버렸다는데 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들은, 지금의 재앙을 창조한 주역들은 여전히 호위호식하며 또 다른 탐욕을 향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러고 있다.ㅠㅠ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많은 분량이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결코 재미있지도 않다.
카타르시스는 커녕 온갖 악취나는 감정들을 피어나게 한다.
그래도 읽어야 할 책이다.
적어도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도대체 왜?!?!'라는 질문에는 불편하지만 충분한 답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