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평점 :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33년 전 초판 1쇄 발행한 후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다가 절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금도 중고책방에서 꾸준히 거래가 되는 스테디셀러인 이 책의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믿고 보는 유시민 저자의 책. 믿고 사는 돌베개 출판사의 편집을 거쳐 재탄생한 것이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판 기념으로 사전 샘플북을 찍어서 출간하기 전 신청한 사람들
중 33인을 선정하여 먼저 보는 기회를 제공했는데, 그 33인 중의 한 사람이 되는 영광을 얻어서 일반 독자들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열어보는 행운을 얻었다.
물 밖으로 툭 던져진 큰 생선처럼 펄떡이던 그의 20대 시절에도 그의 필력은 항소 이유서
등을 통해서 세상이 알아주던 시절, 지금까지 여전히 단련되고 강하게 이어져 오면서 그 필력은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간의 세상사의 수많은 희로애락의 담금질이 그를 단련한 것인가... 그 긴 이야기를
어찌 몇 줄로 담을 수 있겠는가 싶지만 최근 여러 소식을 통해서 음식과 여행 그리고 다양한 책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고 있던 차에
만난 이 책은 정말 새로운 책으로 다가온다.
과거 초판 인쇄본의 글이 28세였던 그의
질풍노도의 청춘의 힘을 기세로 정의롭게 흘러가지 못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분노의 에너지를 담아 일필휘지로 달려가며 만든 것의 과거의 책이었다면, 이젠 33년간 내공을 닦고 수련한
60이 넘은 그의 세상을 보는 눈이 부드러워졌음도 살짝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가?
아무튼 그의 달라진 시선과 생각으로 바라본 그의 시각으로 과거의 글에선 제목만 가져오고
그의 옛 글들을 몽땅 들어서 새로 간추려 담았다.
33년 전에 비해 지금은 전쟁의 형태도, 세상의 주인도 바뀌고, 단체 중심이 개인 중심으로, 광장과 대자보에서 카톡과 유튜브로 대화의
채널이 바뀐 것을 중심으로 세상이 바뀌어도 많이 바뀌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엮으려면 뒤를 정확하게 돌아보고 교훈을 얻고 가지 않으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주춤거리거나 자빠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적어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 번은 뒤돌아보고 열어 봐야 할 굵직한 역사적 테마 11개를 잡았다.
예전 책의 14개 테마에서 '피의 일요일', '미완의 혁명 4.19', '일본의 역사 왜곡' 등이 빠지고 에필로그로 '알 수 없는 미래' 가 들어왔다.
물론 테마도 수정되었지만 같은 문장은 하나도 없다고 하고, 정보량이 늘고 바뀐 해석과 꼼꼼한
주석이 돋보인다.
나는 책과 사람, 인생과 역사 또한 모두가 살아 있는 생명처럼 진행형이라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시점으로 다시 한 번 나왔으면 좋겠다...' 라고 매번 서가를 바라보면서
생각하던 차에 과감한 전면 개정을 통해 새로 나왔고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내려가고 후기를 남기는 이 시점에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었는지 한번 쭉
읽고 나서 뒤돌아보니 이제서야 한숨 돌리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반가운 마음에 숨도 쉬지
않고 숨이 넘어갈 듯 허겁지겁 읽어온 것 같다. 곁에 두고 몇 번 더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는 지난 30여 년 먹고
사느라 제법 많은 이사를 했다. 매번 이사 다닐 때마다
제일 먼저 챙기는 보물 같은 여러 책들
중에 한 권이 늘었다.
*****
_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울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며 미국의 유대인들을 설득했다. 아랍 민중과 유대 민족 양쪽에게
독립국가 수립을 약속한 것이다.
_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식민지의 민족주의자들은 윌슨 대통령의 말을 오해했다. 그가 거론한 '식민지 문제의 공정한 해결'은 식민지와 종속국의 자주권을 존중하거나 보장한다는 뜻이 아니라 패전국의 식민지를 적절하게 재분배하자는 말이었다.
_ 사라예보 사건만이 전쟁의 원인은 아니다. 장군들의 자존심이란 말도 있었으나 1차 세계대전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_ 레닌은 평생 누군가와 싸웠는데, 싸움 상대는 대부분 적이 아니라 노선이 다른 혁명가였다.
_ 대공황은 많은 것을 바꿨다. 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손'을
믿었던 자유방임주의 경제철학을 무너뜨렸다.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결함을 '정부의 보이는 주먹'으로 보완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유럽은 미국보다 더 큰 변화를 이뤘다.
_ 독일은
1880년대에 실병, 산업재해, 노후 등의 사회적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사회보험제도를 창시했다. 영국은 1911년에
의료보험, 노후연금, 실업보험 도입을 포함한 사회복지법을
제정했고, 서유럽과 북유럽 산업국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_ 홀로코스트라는 말은 본래 구약에서 희생물을
통째로 태워 버리는 특수한 종교의식을 가리키는데, 1948년 이스라엘 공화국을 수립한 시온주의자들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지칭하는 용어로 공식 사용했다.
_ 미군은 통킹만 사건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전쟁을 하고 있었다. 1964년 들어 꾸준히 북베트남의 철도와 교량을 공습하고 연안 시설을 폭격했다. 북베트남 정부가 매덕스 호의 통킹만 접근을 공격 준비 행위로 간주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북베트남이 실제로 어뢰정을 발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선장을
포함한 매덕스호 승무원 누고도 어뢰정을 보지 못했다.
_ 베트남은 자유로운 독립국가로서 민주공화정을
수립했다. '공산주의'나
'프롤레타리아독재' 같은 말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_ 미국은 파리 평화협정에서 약속한 전쟁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베트남의 대외교역을 봉쇄했다.
_ 일할 희망고 동기를 빼앗긴 인민들은 술로
절망을 달랬다. 소련 사회에 만연했던 알코올중독은 체제가 만든 사회적 질병이었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33년 전 세계사를 한 번쯤은 뒤집어서 생각해보고 내용을 탈탈 털어서 배워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썼던 책을 33년 만에 다시 한 번 더 탈탈 털어서 지금 버전에 맞게 새로 쓴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