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그녀 Part. 1 - 801 시리즈
펜타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생존자의 말이 있다.

이 블로그는 부(腐)녀자를 여자친구로 둔 한 사람의 전쟁기록입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전혀 싸우고 있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요.
···생략···

전쟁이라지만 일방적으로 당하던 그의 삶을 적어나가던 블로그 포스트가 인기를 얻어 책으로 엮어졌다.
 여기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명을 올리자면, 부녀자란 간단히 말해 오타쿠를 뜻하다고 보면 되겠다. 나름 일반인인 필자와 부녀자인 여자친구의 알콩달콩 무서운 연애담을 담은 이 책의 이름은 '부녀자그녀'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블로그에 일기형식으로 써내려가던 글이 책으로 엮인 형태이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에서 흔히 쓰는 과도한 줄간격, 짧은 문체, 들쑥날쑥한 폰트 크기들이 나타난다. 평소 줄 간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술형 책들만을 읽다가 이런 책을 읽으려 드니 모든 페이지가 소설, 만화 등의 인트로처럼 허옇게 보여 당황스러웠다. 블로그 포스트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인 것 같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래도 전통적인, 줄간격이 120%를 넘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형태였다.
 구성을 살펴보니 자잘하지만 왠지 아우라가 큰 연애담이 에피소드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 밑에는 포스트 작성일이 쓰여있어 책이지만 작가의 블로그에서 글을 보는 듯한 기분을 갖게 해주었다. 다만 폰트들의 배열 등을 빼면 블로그라는 느낌이 드는 레이아웃이 아니라 조금은 아쉬운 감도 있었다.
 책은 작가의 애인 Y코 씨 소개로 시작이 되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가 알고보니 엄청난 부녀자였다는 부분부터 밝히고 앞으로 자신들의 전쟁일지를 남기겠다고 선언한다. 앞으로 얼마나 힘든 삶이 있을지를 간단히 예고하며 시작한 셈이다. 각 에피소드는 근래에 겪은 데이트 중의 사건이라든지, 친구들과의 식사 중 벌어진 해프닝 등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가 Y코 씨와 노닐며 조금씩 오타쿠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일반인이 읽어도 조금은 오타쿠를 이해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편배달 차량의 색이 왜 빨갈까하는 작가의 의문에 대한 답으로 건담의 샤아용 자쿠와 관련된 이야기가 툭 튀어나와 작가를 당황케하기도 하고, 개인 비품을 멋대로 작가의 집에 가져와서는 고의적으로 두고 가는 등  Y코 씨가 짜증나게 보이기도 하고, 작가가 불쌍하다는 느낌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곤 한다. 이 책은 그런 감정이입의 힘으로 Y코 씨의 태도 등이 종종 짜증이 나곤 하지만 은근히 귀여운 맛을 느끼며, 다음엔 어떤 사고를 칠까 하는 작지만 즐거운 호기심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더군다나 더욱 신기한 것은 과거 힘들었던 일을 되돌아보면 추억이 되고 가벼운 웃음을 짓 듯이, 이 책을 완독한 후 다시 읽어보면 Y코 씨의 대책없는 행동들이 짜증나는 것이 아니라 왠지 너털웃음을 짓게하는 추억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커플타도 솔로만세를 외치는 중인, 본 리뷰의 필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앞으로도 계속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본 책은 소위 말하는 오타쿠들과 일반인이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의 층을 넓혀주면서 기분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책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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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rump! 1 - 너와 나를 이어주는 운명의 '룰'!
정현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놀잇감으로 무엇이 있을까? 아마 트럼프 카드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싶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트럼프 카드는 각종 게임, 마술, 엔터테이먼트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숫자별로 강하고 약한 특성에 의해 각종 문학 등지에서도 쓰이고있다. 오늘 리뷰할 본 만화 역시 트럼프 카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 만화의 이름은 '트럼프'다. 


 필자가 본 '트럼프' 1권은 주인공의 소개와 트럼프에 관련된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느낌을 풍겨주면서 끝나는 전형적인 프롤로그형식이었다. 

주인공 '강지영'은 특별할 것 없는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만 할아버지에게 세뇌 수준으로 트럼프 카드의 이능력적인 '룰'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뿐... 지영은 할아버지의 말이 공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손녀의 입장에서 언제나 듣고 답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계기로 할아버지의 공상이 현실임을 깨달아버린다.

 우리나라 만화치고는 참신한 아이이덩가 보이는 만화의 작가 '정현주'는 온라인서 'dova'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다 스카웃 된 신인이다.(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이미

신인이라 부를 수 없으려나?) 신인인 만큼 가끔 펜선이 불안해 보이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톤의 사용을 자제하고 펜을 보다 더 활용하려는 작화를 보여주며 신인

이라는 느낌을 최소화 하는 작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베르세르크 급으로 하드보일드하게 단단한 맛이 아닌 조금은 로리한 눈큰이들이 나오는, 누구나 훈훈

하게 볼 수 있는 작화이다. 인체비례 및 동세 역시 꽤나 자연스러워 눈에 거슬리는 부분 또한 적은 편이다.

 주된 등장인물은, 앞서 밝힌 명랑하고 가장 나이에 걸맞는 철부지 같은 주인공 '강지영', 모델활동을 하며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의심되는 4차원정신구조의 학생회장 '박우신', 예쁘장 외모와 더러운 성질을 겸비한 학생부 고문교사 '진채영', 척보기에도 불량아 같고 츤츤거리는 '최무이'등이 나타난다. 각 인물들은 각각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스페이드, 킹, 퀸, 잭, 조커 등으로 불리는 초능력을 한 가지씩 갖고 있다. 이렇게 나누어진 특수한 능력들은 캐릭터 별의 뚜렷한 차이를 주어 인물간의 갈등 등을 키우기 좋은 장치 역할을 해주었고, 그 안에서 카드의 상하위를 나누어 다양한 전략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제 간략한 내용을 볼까한다. 만화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트럼프의 '룰'에 대해 지식적으로나마 아는 주인공 지영의 전학 수속도중 시작된다. 지영은 전학수속을 위해 학교에 가던 중 유명 모델(박시우)을 발견하고는 사인을 받기 위해 쫓아가다, 그와 다른 누군가(최무이)가 벌이는 말도 안되는 이능력 전투를 목격한다. 지영은 이내 자신이 잘못 봤을 거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날 새로운 학교에 등교를 한다. 하지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학교에는 어제 싸우던 두 명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또 다른 능력자(진채영)가 나타나 목격자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려한다. 이차저차해 서로간의 갈등은 비교적 가라앉은 채로, 지영은 그들에게 '트럼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던 지영은 할아버지의 말이 공상이 아닌 현실이었음을 인지하고 혼란을 겪게 된다. 


 이런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카드들의 능력이나, 각종 전술 등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어 터무니없이 커질 위험성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전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서 크게 말한 내용 외에 시우의 능력으로 인해 가족이 곤란했었다는 것, 꽤나 높으신 분의 손자인 듯한 무이에 대해 나도는 안 좋은 소문 및 그의 컴플렉스, 할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이미 자신의 존재를 알고있어야 할 지영 등을 통해, 만화의 내용이 어찌 전개될 지 생각하게 하는 일명 '떡밥'들이 사이사이 보여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년만화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그. 필자는 만화 속에 개그를 넣어 그 질을 떨어트리는 행태를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야기 흐름, 캐릭터의 성격에 걸리지 않고 적절하게 나오는 개그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런 자연스러운 개그가 나오는 만화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다. 하지만 바로 이 만화에서는 모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쫓아 갔다가 눈을 의심할만한 광경을 봤음에도 사인에 집착하는 지영이라든지, 사차원적인 시우의 대사 속에 끼어있는 매니악한 모습이라든지, 시우네를 공격하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 험상궂은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모습 등을 통해 그런 자연스러운 개그를 보여주고있다. 마치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스러운 웃음거리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 '트럼프'는 조금은 아마추어적인 색이 보이는 작화와 펜선을 활용하기는 하나 그 견고함이 없어 보인다는 점, 개그가 자연스럽지만 남발한다는 점 등, 고칠 점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참신하고 기대되는 세계관과 등장인물 그리고 이리저리 얽힐 것 같은 인물들의 개인적인 상황들이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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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만화 보기 좋은날 1
마스다 코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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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간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5분 이내의 짧은 영상 안에서 속도감 넘치는 템포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시청자들의 뇌를 침투하는 개그를 보여준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이들의 뇌 속에서 엔돌핀을 뿜게 만들어주던 그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우리나라에 출간이 되었다. 원작은 과연 어떤 아스트랄함을 줄 지 기대가 된다.
  책을 펼치고 가장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미숙한 그림이었다. 단행본 1권에서 애니메이션의 이하의 퀄리티를 보이는 것은 흔했지만 이 정도의 레벨은 나름 신선했다. 하지만 개그만화의 혼이 담기기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적당히 봐줄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원고의 구성이 너무 답답해서 독자의 힙장에서 보기에 굉장히 꺼려졌다. 한 페이지에 컷의 수는 약간 많지만 적절한 양으로 그려져 있었으나, 말주머니는 자잘하게 많아(페이지당 기본 10개 정도) 읽으면서도 어디를, 어떻게, 제대로 읽고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화 내용 역시 인과가 명확하지 않은 말장난 등이어서 원작자가 아니라면 대화가 흘러가는 방향을 잘못 파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추가로 한 페이지에 컷이 꽉 들어차지 않아 책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불상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시각적 요소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이제 믿을 것은 내용뿐. 애니메이션의 명성이 아깝지 않을 원작이길 바라며 내용을 파악해나갔다.
  한 화의 분량은 약 15쪽 정도로 그렇게 긴 분량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의 상영시간만큼 짦구나라고 생각하며 읽는데 도저히 애니메이션처럼 재미있지가 않았다. 내용은 말장난과 슬랩스틱, 말도 안 되는 묘사들로 전형적인 개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애니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답답한 느낌만 들고 재미있지는 않은 걸까? 그렇게 고민을 해보았고 나름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의 애니판은 인물들의 대화 사이 간격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짧고, 대화의 속도도 빨라 정신없는 개그를 맛볼 수 있는 스피디한 애디였다. 하지만 원작의 경우 장면장면을 모아 놓을 수 밖에 없는 종이책의 한계에 부딪혀 속도감있는 진행을 만들지 못 했다. 작가는 나름대로 속도감있는 만담을 만들고자 한 페이지에 엄청난 양의 말주머니를 넣은 듯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독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추락해버렸다. 차라리 말주머니를 넓게 퍼트리고 페이지 수 자체를 늘렸다면 그 양은 늘어나서 물리적인 속도감은 적어질지 몰라도 가독성이 좋아져 되려 심리적인 속도감이 생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작가가 조금은 남다른 시선으로 내용을 만들어 나갔지만 그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고,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주 나쁜 만화인 것만은 아니다. 본 만화는 내용과 묘사법 자체는 조금 엉뚱하면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만화다. 본 리뷰에서 계속 언급한 '알아보기 힘들다.'는 문제점만 고친다면 이 만화는 꽤나 웃으며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만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1권에서는 그런 고쳐질 부분만이 보여 내용을 파악하고 웃기에 답답하지만 이것을 독자들이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보다 흐름을 알기 쉬운 애니메이션을 미리 본 후 단행본을 보거나, 책을 읽은 후에 다시 읽어 그 흐름을 쫓아가며 이해해나가면 이 만화를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만화의 1권만을 본 의견을 추려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뜬 원작'이라 할 수 있겠다. 2권 이후부터는 부디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어 독자가 참으로 편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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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주의 1
김미선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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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구리, 미국 너구리, 라쿤... 이놈의 존재는 위험 그 자체다. 인류의, 아니 주인공 '형민형'에게 이놈은 적이다!

  이 세상을 살다보면 동물이란 동물은 다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며칠간 동물을 맡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이 만화는 그런 사건으로 시작된다. 본격 너구리 휴먼스토리+개그만화 라쿤주의!! 리뷰랄까? 시작합니다.
  근면성실하게 자취를 하며 홀로 살아가는 대학생 '형민형'은 극도로 예민하게 동물을 증오한(꺼린)다. 그런 민형은 귀가 중 자신의 집 앞에 서성거리는 너구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진심으로 '죽이려' 붙잡아 버린다. 그런 중 너구리의 목에서 애완용임을 밝히는 연락처를 발견하고는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서 빨리 데려가라고 하는데. 죄송하다고 빌어도 모자랄 주인이 되려 그 너구리는 '똑똑한 라쿤(미국너구리)'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집을 구하고 있으니 3일만 맡아주실 수 없겠나요?"라며 극도로 대담한 능청을 떤다. 민형은 극구 반대하지만, 사례비 '100만원'이라는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잠시 너구리를 맡기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 동물이 해봤자 뭘 하겠냐며 적당히 3일을 보내려던 주인공의 주변에서는 라쿤의 '똑똑한' 장난질이 봇물 쏟아지듯 터져나온다. 이런저런 장난으로 미팅 참석 불가, 레포트 훼손, 기타 등등 정신적 데미지를 받으며 참던 그가 결국은 100만원을 포기하고 주인에게 '당장 너구리를 데려가라'고 전화를 건다. 주인은 마침 방도 구할 것 같으니 금방 데려갈 수 있을 거라며 안심을 하라고 하는데, 왜 민형 집의 현관이 열리는 걸까? 모두들 예상하셨다시피 민형의 아파트에는 동물기피증 '민형'과 라쿤의 주인 '아이반'과 라쿤이 공존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인물소개를 할까한다. 이곳의 주력인물은 크게 셋으로 나타난다. 첫번째로 자취방의 본래 입주자면서 동물을 무진장 싫어하는 자취생 형민형. 그는 스스로 돈을 벌어 학비를 내는 식으로 근면성실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하지만 버스에서 한 여인이 정류장을 놓쳤을 때 가만히 있거나, 같은 아파트 주민들과의 교류를 꺼리는 부분 등에서 약간은 배타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두번째로 라쿤(미국너구리). 길을 잃어서 '민형'의 집앞을 서성거리다 생포된 동물로, 자신의 몸값을 알아보고는 거들먹거릴 정도로 영리한 녀석이다. 거기에 옷장 속을 뒤집어 엎어주는 센스와 민형에게 필요한 것들에 난리를 치는 적절함까지 함유된 타고난 문제아다.
  마지막으로 아이반. 그는 어렸을 때 미국에 입양된 사람으로 자신이 '아마도' 한국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있다. 성격도 굉장히 둥글둥글하고 느긋해서 일처리는 조금 어설프고 답답해보이지만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는 붙힘성 좋은 청년이다. 덤으로 동물도 사랑한다.

  '라쿤주의!!'는 앞서 보인 인물 설명에서 보이듯이 동물에 대한 시각차와 성격의 차이가 큰 사람들의 공존이라는 극도로 상반된 인물을 동시에 다루는 만화이다. 무엇이든 꼼꼼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형민형과 두루뭉수리한 성격으로 흘러흘러 사는 듯한 아이반. 거기에 민형의 적인 동물, 라쿤까지 합세해 이들의 앞길이 결코 평탄치 못함을 보여준다.
  그런 불길하지만 우스운 예상은 1권에서부터 잘 나타나고있다. 이야기는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라쿤과의 첫 대면으로부터 시작해서 아이반을 만나고 라쿤의 장난에 호되게 당하는 식으로 흘러갔다. 각 에피소드는 캐릭터들의 성질을 잘 보여주면서 적당한 개그를 보여주어, 인물들의 상황을 이해하기 편하게 해주면서 개그만화에서 자칫 보이기 쉬운 유치한 면을 줄였다. 거기에 주력 개그외에 사사롭지만 귀여운 개그 역시 가미해 책을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보는 내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 작은 장치들은 아파트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들을 나열하는 부분이라거나, 구석진 곳에서 하는 너구리의 작은 행동, 인물들의 상태를 보여주는 눈에 띌까말까하는 안내글 등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식으로 배치되어 있으니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길 권한다.
  일부 독자들 중에 '개그만화'는 내용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필자도 과거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마냥 아무 내용 없이 바보같이 웃기는 것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라쿤주의!!'는 내용이 존재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배타적인 민형이 아이반을 만남으로써 이웃과 교류가 생기면서 조금씩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짤막하지만 민형이 과거에 동물에게 배신을 당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째서 동물을 싫어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라쿤을 통해 어찌 변해갈지가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런 저런 모습을 보아 이 만화는 개그임에 동시에 일종의 성장드라마가 아닐까싶다.
  괴짜가족과 같은 징그러운 개그미학이나, 마사루같은 아스트랄 안드로메다행 우주열차가 맞지 않아서 개그를 못 보던 이들. 그저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만화를 보고싶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소하지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만화로서 '라쿤주의!!'는 향후 방향이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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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1
형민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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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냄새 나는 작화, 땀냄새 나는 스토리. 이것은 결코 더럽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스포츠물을 가르키는 것도 아니다. 이는 필자가 '장인정신'을 다르게 일컸는 말이다.

  때는 서부 정복시대, 하느님을 따르는 신부 '이반 아이작'(본작에서는 하나님이라 하지만 신부란 직책에 맞춰 하느님이라 하는 것이 옳겠다.), 그 누구도 해결 못 할 것이라 여겨왔던 문서들을 해독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그는 매우 명석한 두뇌를 가진 학자이다. 그런 그의 재능을 알아본 교회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신부는 결혼을 못 하기에 이 역시 어긋나는 설정 같다.)의 목숨을 손에 쥐고 영원한 구원을 안겨줄 일종의 신 '테모자레'의 봉인을 풀려고 한다. 이반은 내키지는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봉인을 푼다. 그 순간 뿜어져 나오는 피. 수석 사제들은 그것을 보고 '신의 양수'라며 받들지만 사실 그것은 파멸의 피였을 뿐이었다. 모두의 몸은 터져나갔고, 이반 아이작 역시 죽음의 기로에 선다. 이미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이반의 앞에 과거 학자이자 사제였던 타락한 존재, 악마 '베시엘'이 나타나 계약을 한다. '너의 영혼을 나에게 팔면 너의명을 이어주고 함께 테모자레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그 악마의 약속에, 이반은 영혼을 팔고 죽지 못한 광전사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테모자레의 부활에 이어 세상은 죽은 시체들이 다시 깨어나는 혼돈에 빠지게 된다. 이반은 그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테모자레의 열두 사제와 싸우며 그에게 다가간다. 그 속에서 보여지는 끝없는 피, 불신, 파괴 등의 모습들은 가히 일본의 베르세르크와 같은 '다크 판타지'라는 느낌을 주어, 국내 만화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이런 수준 높고, 남다른 만화이지만 약간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만화의 주제 및 실험성이다. 너무나 종교적이되, 일부 종교를 폄하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있을 수 있기에 비난 여론이 꽤나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만화의 내용 전개를 위한 장치일뿐,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무 하드보일드 하기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독자에게는 역함을 보일 수도 있을거라 판단된다.(생략이 적절히 되어있어 그리 징그럽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종교적 지식의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작가의 종교는 모르겠으나, 신부라는 직책에 맞지 않는 행동과 언어가 보이곤 한다. 기독교는 신교와 구교로 나누어진다. 본 만화에 등장하는 기독교는 구교로 신에 대한 호칭은 야훼, 하느님이 맞다. 허나 작품에서는 여호와, 하나님으로 나타나는 오류를 보여준다. 또한 구교의 신부는 연애 및 혼인을 할 수 없음에도 여기선 로맨스가 나타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조금씩 보인다. 뭐, 이반의 타락을 예고하기 위해 로맨스를 그렸다면 엄청난 장치라고 볼 수 있겠다.
  작화는 인체묘사에서 상하로 길고 강조와 생략이 강한 거친 느낌의 작화로, 대다수 독자들에게 익숙치 않은 서구풍의 그림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화면 한 컷 한 컷이 비주얼 노블과 같이, 영화의 스틸컷 같은 느낌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동세를 나타내는 보조 효과선 등이 극히 제한된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서양 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생소하게 느껴지겠만, 그 완성도와 멋스러움은 마음 속에서 부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프리스트는 그 내용도 그림도 우리나라에서는 함부로 쓸 수 없는 굉장히 남다르고 생소한 방식이다. 하지만 마냥 생소한 것은 아니다. 하나씩 나오는 중간보스를 상대하며 점차 최종 보스에게 다다른다는 개념은 이소룡의 영화 '사망유희'에 영향을 받은 일본 만화적이어서 기존에 만화를 보던 이라면 금새 친숙해 질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런 스타일에 적응되며 보다보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과 한 사건으로 인해 퍼져나간 무서움 등을 볼 수 있어 다음 진행이 궁금해지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리고 무조건 묵직한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과거를 회상하며 로맨스가 나오기도 하고, 주인공의 무거운 역을 조금은 완화시켜줄 주변 인물들의 행동들에서 자연스러운 개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점은 국내 만화의 뜬금없는 개그와 대조가 되어 만화의 완성도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혀 색다른 작화에, 전혀 색다른 내용으로 다가온 만화 프리스트, 현재는 휴재 상태인지라 구매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너무나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 마약과 같은 묘미에 빠져들어 다시 시작하길 기대하며 기다리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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