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사람 1
사카모토 신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리뷰는 제 개인적인 견해이오니, 단순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목 - 고고한 사람
원작 - 니타 지로
글 - 나베타 요시오
그림 - 사카모토 신이치
구성 - 스토리만화
화풍 - 극화풍
내용 - 남에게 자신을 잘 알리지 않고, 친구를 귀찮게 여기는 '모리 분타로'. 항상 홀로있는 그에게 시비를 건 한 녀석의 계기로 모리는 클라이밍이란 것을 접하고, 산에 빠져버린다. 홀로 클라이밍을 고집하는 모리와, 그를 팀의 세계에 오게하고 싶어하는 선생님, 그리고 모리에게 라이벌의식을 불태우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극한의 상황에서의 성장을 그린다.
좋은 점 - 클라이밍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막연히 '클라이밍!'인게 아니라 기초부터 잘 보여줌)
              결코 엇나감이 없는 이야기 진행
              외톨이와 팀, 대립적인 존재의 배치
              깔끔하지만 탄탄하고 박진감 있는 작화
              산과의 동화에서 나타나는 뛰어난 연출
              완벽에 가까운 강조와 생략
아쉬운 점 - 가끔 나타나는 과한 명암
                 가끔 나타나는 얼굴 비례의 오류


 여러분은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가? 필자는 운동은 그리 즐기지 않지만, 가벼운 등산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실 그냥 전신주, 플랜카드 기둥, 나무, 기타 높은 구조물 등에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 오르기의 끝이라면, 단단하고 멋진 로망이지만 크나큰 벽인 클라이밍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클라이밍을 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되지 않았던 필자에게 클라이밍의 간접 경험이 찾아왔다. 바로 만화 '고고한 사람'이 그것이다.
 고고한 사람은 별로 좋지 않은 과거를 갖고있는 듯한 주인공 '모리 분타로'의 전학으로 시작된다. 모리는 친구를 성가시다고 여기며 홀로 떨어져있으려고 해댄다. 그런 태도에 안 좋은 감정이 생긴 '미야모토'는 모리를 성가시게 굴다가 학교 건물을 오르면 더이상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학교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던 모리는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감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클라이밍에 빠져들게 된다. 그 광격을 바라본 미야모토와 클라이머면서 학교 교사인 '오니시'는 모리의 재능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동시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미야모토와, 솔로잉이 아닌 팀을 권유하는 오니시, 여전히 혼자이고자 하는 모리의 사이에서 이야기는 발전된다.
 이런 외톨이와 팀의 갈등은 일찍이 많은 작품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본 작품에서는 소재를 결코 흔치 않은 소재로 가져왔다. 클라이밍, 조금 관심이 있는 이가 아니라면 그 용어 자체도 생소할 수 있는 스포츠로 이런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더구나 막연히 '클라이밍!!'이라고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밍의 기초적인 훈련, 용어, 대회 등을 차근히 제시해주고 있어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하듯이 이야기에 빠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생소한 이야기를 친숙하게 만드는 배려가 좋았다. 그리고 성장과 극한을 보여줄 작품답게 진득하고 일관성 있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원작이 이미 있기에 그러긴 쉬웠겠으나, 쓸데없는 주관을 섞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리만치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모습은 가히 멋졌다. 그리고 조금은 답답할 수 있는 소재를 즐겁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라이벌의식의 대립구도와 솔로와 팀이라는 대립구도를 보여주어 다양한 방면에서 일이 어찌 움직여 나갈지 고민되게,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든든한 내용을 받쳐주는 작화 역시 굉장했다. 책을 펼쳤을 때 눈을 둬야할 우치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그런 가운데 결코 비어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 퀄리티가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학교나 클라이밍 상점 등 일상 모습에서의 화면도 매우 예뻤지만 그 진면목은 클라이밍을 하는 모습에서 볼 수가 있다. 클라이밍을 하며 고독하게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 산과 자신이 동화되는 부분에서는 그 긴장과 경이로움, 아름다움이 피부에 닿을 정도로 멋진 연출을 보여주고있다. 이런 연출이 가능한 이유로는 완벽에 가까운 강조와 생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밍이 한창일 때에 미칠듯이 부푼 팔의 모습을 과감하게 키워 묘사하고, 상대적으로 멀고 중요치 않은 얼굴에는 묘사를 최소화 하면서 우리의 팔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식이 바로 그렇다. 클라이밍을 하며 보이는 천길 낭떠러지, 산과 하나가되는 듯한 장면에서도 완벽한 초점이 나타나 그 깊이가 배가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작화 레벨이었다. 허나 약간이라도 불평을 해줘야 할 것이라 생각되어 감히 불편한 말을 꺼내볼까 한다. 본 만화의 작화는 강조와 생략이 대단했으나 때로는 필요이상의 명암차를 주는 것 같기도 했다. 효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과연 이 정도로 차이를 줘야만 했을까싶은 것들이었다. 명암차가 심하면 심각해 보이는 효과가 생기지만,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그런 묘사가 가끔 보이기도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동세, 인체비례는 거의 완벽하지만 이 만화에서 얼굴은 유독 아쉬운 모습을 보이곤 했다. 머리카락 선이 너무 얼굴 깊이까지 침범해 이마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했고, 얼굴의 살이 급격히 찌는 현상도 가끔 일어났다. 기본적으로 수준이 높은 만화라 이런 작은 부분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진지하고 묵직한 이야기에 그것을 받쳐주는 튼튼한 작화를 보이는 본 만화는 고급만화를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정말 파라다이스에 가까운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된다. 또 가볍고 즐기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독자라면 조금 난감해 할 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렇게 복잡복잡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라 금방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극한, 동료, 홀로... 여러가지의 인간사가 똘똘 뭉친 만화 '고고한 사람'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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