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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著/정태련 畵/해냄
이외수의 글은 읽을수록 땡깁니다. 더구나 정태련의 쪽그림이 더해져 지루하지 않고 일정시간 그의 글을 되새김하며 음미할 시간을 벌 수 있어 더 좋습니다. 저자는 글이나 책이, 읽는 이를 알게 하는 쪽보다 느끼는 쪽이 더 낫고, 느끼는 쪽보다는 깨닫는 쪽이 더 낫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그래서 때로는 의도적으로 사투리나 비속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글이란 글 속에 정신적 영적에너지가 내재되어 있어서 읽을 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나아가 세상을 보다 나은 쪽으로 변모시키는 글이라 합니다.
나는 어떤 경전이던, 책이던, 그 제목에 먼저 주목합니다. 제목은 그 책의 얼굴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 책은 중간에 책 제목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공간도 입체고 시간도 입체다. 따라서 당연히 시간에도 옆구리가 있다. 거기 시간의 옆구리, 작은 골방 하나를 나는 알고 잇다. 가끔 나는 그 골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정지한다. 그리고 모든 현실은 사라져 버린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첫 페이지에 실려 있다.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애물단지들이다. 수시로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그래도 우리는 이 척박하고 외로운 세상,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모두 사랑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불교의 자비경을 읽는 것 같다.
최근 뉴스에서 저자의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느 정권하에서 그가 국가기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암적 존재이니, 매장될 때까지 압박하라”는 내용을 당시 고위직에 있던 어떤 이가 귀뜸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심경일 것 같은 구절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나는 수양이 부족한 글쟁이라서 수시로 복장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나라가 어디 그분들만이 사는 나라인가. 병균이나 옮기는 똥파리, 또는 남의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 따위만 사는 나라가 아니다. 눈부신 민들레도 살고 어여쁜 호랑나비도 사는 나라다. 그대도 살고 나도 사는 나라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제발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자.”
그리고 해결책을 내 보인다. “내 사전에는 약육강식이라는 단어가 없다.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 세계는 짐승의 세게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약한 자가 낙오되어 있을 때 강한 자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목적지까지 동행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