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 전략이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조유 지음, 문이원 옮김, 김근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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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반경

조유 著/문이원 譯/동아일보사

처음 이 책을 대면하게 되면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독자의 기를 꺾어 놓고, 중국 역사이야기가 또 한 번 기를 꺾어 놓는다. 그 것도 지도나 연표 같은 것이 있으면 책을 읽어 가는데 큰 도움이 되련만 그 것도 없다. 19장 삼국의 지배편이야 삼국지로 익숙한 인명과 흐름을 파악한다지만 18장 전국칠웅의 책략 편은 합종연횡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흔한 지도하나 없어 종으로 횡으로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또한 역사사적 사실을 통해 검증하고 여기에 사상적인 주장을 덧붙이고 서사와 논설을 동시에 보여 준다 세상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인다. 정면에서 보고 반대되는 면에서 또 살펴 입체적인 감각으로 장단 득실을 따져 볼 일이다. 이즈음 헤겔의 변증법에 의한 정반합 이론이 떠오르게 한다. 헤겔의 정반합 이론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걸 알아야 미래를 예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상대가 사용하는 사고의 틀을 알아야 적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되새김이 필요한 책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올라온다.

 

중국의 역사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자치통감」이라면, 반면(反面)의 교훈을 다루고 있는 「반경은 요 임금, 순 임금의 시대에서부터 당 나라의 역사까지 인재의 장단점을 감별해서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두 가지 측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역사의 사실을 근거로 제가백가의학설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기서로서 실용적인 지침을 제시한 삶의 처세서이다.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명쾌한 이론을 바탕으로 쓰인 방대한 저작인 만큼 중국의 사상과 문화전통을 담고 있다. 특히 임기웅변의 책략을 넘나드는 이 책은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면 국가가 인정하는 논리와 그것에 반하는 논리까지 통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삶의 지혜를 터득하도록 한다.

 

 

5장 사람을 알아보다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상세하게 질문해 그의 말을 살펴라 끝까지 캐물어 임기웅변 능력을 살피고. 함께 비밀리에 일을 도모해 성실함을 살펴라. 명백하고 분명한 것을 질문해 덕을 살펴라. 멀리 두고 재물에 관련된 일을 시켜 청렴함을 살펴라. 여색으로 시험해 정조를 살펴라. 앞으로의 곤란함을 알려 용기를 살펴라. 술로 취하게 해 몸가짐을 살펴라

[장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 두고 일을 시켜서 충심을 살피고, 가까이에 두고 일을 시켜서 공경심을 살펴라. 번거롭게 일을 시켜서 능력을 살피고 갑작스럽게 질문해 기지를 살펴라. 급하게 약속을 정해서 신의를 살피고, 남녀를 한곳에 두어 그가 호색하는지 살펴라’

 

붉은 옥으로 만든 배와 옥돌로 만든 노는 강을 건너는 데 쓸 수 없고 금으로 만든 활과 옥으로 만든 시위로는 화살을 쏠 수 없다.

 

때를 아는 사람이라면 우두머리로 세울 수 있습니다. 때를 잘 보아 일을 할 줄 알고 쓰임을 잘 보아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장평전투에서 진나라 장수 백기는 조나라의 투항병 40만 생매장했습니다. 그를 뛰어난 장수라 할 수 있습니까?

하안이 말했다. ‘만일 조나라 군대가 투항해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맨주먹을 쥐고서라도 끝까지 맞서 싸웠을 것입니다. 백기는 공을 한 번 세우고자 한 것이지만 도리어 자신의 성을 지키고자 하는 제후들의 결심만 더욱 굳혔습니다. 적을 공격하는 것 같지만 아군의 기세를 깎아내렸고 전쟁에서 승리한 것 같지만 오히려 대계는 손상을 입었습니다.

 

문자가 말했다. ‘사람의 도란 마음은 작게 뜻은 크게 지혜는 원만하게 품행은 반듯하게 재능은 많게 일은 적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뇌물이 공공연히 오가면 정치는 흐리멍텅해 진다. 좋은 점은 무시하고 허물만 기억하면 원망이 생기고 맡겼는데 믿지 않고 믿었는데 맡기지 않으면 혼탁해진다. 덕으로 백성을 이끌면 모이고 형벌로 사람을 묶어두면 흩어진다. 작은 성과에 상을 주지 않으면 큰 성과를 세우지 않고 작은 원망을 풀어주지 않으면 반드시 큰 원망이 생긴다.

 

잘 다스리는 자는 기강을 세우고자 하지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제13장 반면을 살피다

법규와 제도는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쓸 줄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하다. 이 이치를 잘 운용하면 천하가 태평해진다.

 

예전에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고 답례로 소 한 마리를 받았다. 공자가 말했다. ‘노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위급한 사람을 구해주고자 할 것이다.’

공자의 다른 제자인 자공은 노비를 풀어주면서 노비의 친족에게서 몸값을 받지 않았다. 이에 공자가 말했다. ‘노나라에서 누가 또 노비를 풀어주려 하겠는가!’

-자로가 사례를 받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권한 것이고 자공이 돈을 거절한 것은 다른 사람의 선행을 막은 것이다. 따라서 청렴할 때는 청렴해야 하지만 항상 똑같은 행동을 해서는 않된다.

 

관자가 말했다. ‘오늘날의 일에 의아함이 있으면 옛일을 살펴보고 훈날의 일을 모르겠으면 과거를 돌이켜보라’ 또한 옛말에는 이렇게 일렀다. ‘죽은 사람과 같은 병을 앓는다면 살 수 없다. 만한 나라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보존할 수 없다.’

 

천하는 큰 그릇이요 만물은 그 안에 담긴 귀중한 재물이다. 그릇이 너무 크면 홀로 관리할 수 없고 재물이 너무 귀한하면 홀로 지켜낼 수 없다.

 

무릇 어떠한 일이 가는 방향은 같아 보이나 실제 형세가 다른 것은 그 일 자체가 이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기가 달라서 그런 것이다.

 

한 가지 사건이라도 그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성위에서 보면 소가 양 같기도 하고 돼지 같기도 하다 너무 높은 곳에서 봤기 때문이다.

 

옛말에 자식의 나쁜 점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지혜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애정이 그것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사람의 의중은 반듯이 말관 행동거지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옳고 그름은 전해진 바가 없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각기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

 

손자는 말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전쟁에 임하고 지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일으킨 다음에 승리를 구한다’

 

자주 상을 내리는 것은 궁색해졌다는 것이고 자주 벌을 내리는 것은 곤경에 빠졌다는 뜻이다. 자주 돌아보는 것은 무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싸움을 잘하는 이는 이름을 알리고자 하지 않으며 공을 세우고자 용맹을 떨치려 하지 않는다. 시퍼런 칼날 앞에 나서려 다투지 않으며 공격할 기회를 놓친 뒤에 방어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

 

적이 이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고 내가 적을 이기는 것은 적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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