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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 삶.사람.사물을 대하는 김정희의 지혜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설흔著 워즈덤하우스
내가 아닌 너에 대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나 또한 살아가고 있는 중이므로 단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 너의 길은 분명 아비의 길보다 더 힘들 것이다. 서얼이라는 장벽은 이제 천 리 길의 처음에 선 너를 수도 없이 좌절하게 만들 것이다. 소심하나 예민한 너는 그 사실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너는 수선화를 그리고 난을 치며 나를 닮고 싶다는 문장을 남기며 소리 없이 울먹였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어찌 하겠느냐? 아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공허한 훈계와 먼발치에서 다독거리는 것뿐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의 글이다. 서얼로 태어나 아비를 닮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통해 추사의 모든 것을 보여 주며 추사의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을 자연스럽게 서술해 간다.
서얼인 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지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위기와 절망을 처한 사람에게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충고하며, 걱정과 불안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에게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목표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싶은 사람에게 맹령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예술과 인생의 길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너의 <세한도>를 남기라고 가르친다.
또 한 편으로 추사의 인연의 끈들을 통해 추사를 조명한다. 옹방강이며 완원등의 중국인맥이며 초의와 정약용을 말하고 박제가 이상적 소치 박계첨을 통해 추사를 다시 본다.
나를 닮으려면 난초부터 제대로 쳐야 한다. 난초를 치는 법은 예서를 쓰는 법과 가깝다. 반드시 문자향과 서권기가 있을 후에야 얻을 수 있는 얻을 수 잇는 것이다. 난초를 치는 법은 그림 그리는 법식대로 하는 것을 가장 꺼린다. 난초를 치면서 그림 그리는 법식에 빠져서버리면 이는 곧 사악한 마수의 길에 떨어지는 것이다.
책의 곳곳에 추사의 예술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세한도>는 따로 한 장을 서술할 정도로 큰 비중을 두어 다루고 있다.
추사는 인생의 완숙기인 54세부터 64세까지 10년 세월을 절해고도인 제주에서 유배생활을했다. 이 10년 세월이 추사에게는 학문과 예술의 세계가 농익은 시기이다. 추사는 유배생활의 외로움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수시로 편지를 쓰는 것으로 달랬으며 동생에게 이런 저런 책을 보내라는 편지의 책의 목록도 엄청나다. 세한도도 이시기 중국에서 새로나온 책을 보낸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상적에게 그려 준 것이다. 추사는 이처럼 외로움과 싸우면서 치열한 자기연마를 통해 추사체를 완성했고 세한도를 그려냈다. 이 책은 바로 이 때 유배생활을 배경으로 편지형식을 빌어 씌어 졌으니 추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