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관계술 - 허정과 무위로 속내를 위장하는 법 Wisdom Classic 5
김원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비자의 관계술

김원중著 위지덤하우스

1992년 근 반세기 만에 국교를 단절해왔던 중국과 국교를 수립해 금년으로 2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다. 그 어떤 변화보다도 한 중관계는 괄목상대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빠르고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중국은 아편전쟁이후 서구 열강에 당한 굴욕의 역사를 뒤로하고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함께 나란히 G2로 데뷔했고,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힘의 역학관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손자병법이 역설하고 있듯이 <지피지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천하경영전략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처세술의 지침서로 보다 중국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한비자>는 노자의 무위자연을 역설한 도가와 신상필벌을 역설한 법가 사상이 만난다. 책의 첫머리에 ‘군주는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지 않는다’ 노자의 허정과 무위로 시작되며 책의 곳곳에 노자의 사상이 언급된다. 한비는 군주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마음을 비우면 실제 돌아가는 정황을 알 수 있고, 조용히 움직이면 움직이는 정체를 알 수 있게 되므로 의견이 있는 자는 말하게 되고 일하는 자는 그 업적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도덕경>을 통치술의 근본으로 파악한 것은 한비가 최초다 군주는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효율적인 정치를 하라는 것으로 너무 법석을 떨지 말라는 경고이다. 앞에 나서서 설치는 자는 최상의 군주가 아니고 뒤에서 조용히 조종하는 자가 최상의 군주라는 것이다. 한비는 노자가 말한 덕을 술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상의 덕이란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리더가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랫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다.

한비는 뛰어난 군주가 법을 운용하여 신하들을 부리는 것을 ‘술’이라 했다. 핵심만 챙기고 나머지는 부하들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면 된다. 군주가 자신의 권한인 상벌권을 움켜쥐고 있어야 신하들로 하여금 군주를 가볍게 여기지 않게 만든다. 신상필벌의 규범을 세워야 한다. 우리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기 때문에 감정을 통제하고 흐름과 대세를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리더는 비록 냉혹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한 조직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최 측근이라도 희생시키는 읍참마속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한비는 또한 군주와 신하는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했다. 신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군주를 공격할 채비가 되어 있다. 영원한 내편은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두가 적인 셈이다. 사람의 관계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변하기 마련이다. 사람의 마음이 고정된 것이 아니듯 관계는 언제든지 변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손익이 개입되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군주는 자기가 죽으면 이로움이 있게 될 자에게 대하여도 경계심을 갖으라 하는데 하물며 산사람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비의 말을 표제로 삼고 난세의 시기인 춘추전국시대를 주축으로 종횡으로 시대를 넘나들며 당태종, 조조, 강희제까지 여러 인물들과 구체적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덤으로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자기계발서를 뛰어 넘어 도광양회(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의 중국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수 있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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