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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나라 조선 - 그 많던 조선의 모자는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을까?
이승우 지음 / 주류성 / 2023년 1월
평점 :
모자의 나라 조선
이승우 著/주류성
저자는 서두에 조선의 모자, 조선의 선비 운운하는 고리타분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책은 풍부한 자료 사진으로 지루함을 반감시킨다. 책은 1장 모자 왕국의 추억으로 모자왕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다. 제2장 파란 눈에 비친 조선의 모자에서는 서양인의 시각으로 보는 조선의 모자를 제3장 조선은 왜 모자 왕국인 되었을까? 에서는 조선 모자의 뿌리 상투와 존두사상과 의관정제의식에 관해 제4장 조선의 모자와 신분제도 그리고 성리학의 허와 실에서는 신분제도와 조선의 모자에 대해 제5장 조선에는 어떤 모자가 있을까? 에서는 조선 각 계층의 모자에 대해 제6장 갓, 조선 선비의 멋 제 7장 갓, 숨겨진 비밀, 조선 모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갓의 모든 것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본다. 마직막으로 제 8장 조선의 모자, 조선을 떠나다. 에서는 일제의 강점으로 인한 단발령 그리고 문화의 충돌과 신문화의 도래에 따를 모자의 몰락을 그렸다. 모자는 머리를 보호하는 목적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사회의 요구에 띠라 진화룰 거듭한 끝에 모자 본래의 목적에서 휠씬 벗어나 현재에 이르렀다. 그럼 왜 조선의 모자인가? 조선에서의 모자는 의복의 장식품 또는 장신구의 역할을 넘어 신분과 계급, 직업, 나이, 성별을 상징하고 분별하는 일종의 사회적 코드 역할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유교에서 비롯된 상하간의 예의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까지 포함하고 있었기에 모자는 조선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1889년 조선을 찾아온 프랑스의 민속학자 샤를 루이 바라는 그의 저서 [조선 종단기]에서 수많은 조선의 모자를 보고 “조선은 모자의 천국이며 민속학적으로 대단히 풍부한 자료인 만큼 파리 사람들도 사고 싶어 할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서양인의 눈에도 세계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이 강력한 신분 사회를 500여 년이나 유지했던 조선에서 수많은 종류의 모자가 탄생하여 다양하게 진화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회적 요구의 귀결로 본다. 문관과 무관 또는 선비나 벼슬아치가 쓰는 관모와 하층민 보부상이 썼던 패랭이나 백정들의 모자, 여승들의 고깔과 별사들의 모자, 수라간 궁녀와 의녀, 기녀, 침모, 화공등이 쓰는 각종 모자가 그 결과물들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의관정제(衣冠整齊)를 선비가 지켜야 할 금도로 여겼기 때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관모를 갖춰 썼다. 반상을 가리지 않고 맨머리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상민들도 양반의 삶을 선망하여 모자를 쓰면서도 자신의 신분과 상황에 어울리는 독특한 모자를 만들어 썼다. 조선인의 모자에 대한 집착은 집 안으로 들어갈 때도 신발은 벗지만, 모자는 벗지 않는다. 식사 중에는 물론, 심지어 왕을 대할 때도 모자는 벗지 않는다. 조선은 왜 모자 왕국이 되었을까. 조선의 모자는 상투문화에서 비롯됐다. 유별나게 머리를 중시하는 존두사상(尊頭思想), 여기에 선비의 의관정제 의식, 성리학의 윤리관, 계급사회 체제가 영향을 끼쳤다. 조선의 모자의 몰락의 결정적 요인은 저자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단발령을 꼽는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가 잊고 있던 수많은 조선의 모자를 깊이 있는 해석과 사진 자료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요즘 시골집 아랫목 이불속에 발을 들어 밀고 읽기 좋은 운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