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와 회귀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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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와 회귀

최인 장편소설/글여울

소설, 철학을 만나 이념이 되고

철학, 이념을 만나 진리가 되다.

이념, 진리를 만나 사라이 되다.

진리, 사랑을 만나 소설이 되다.

산문 밖 일주문 주련처럼 내 걸린 몇 줄 문장이 소설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소설인 도피와 회귀11일에 시작해 1225일로 끝맺는 일기체 소설이다. 날짜 하나하나에 국내외적 사건과 철학적 개념을 인용 제시해 도피와 회귀가 역사 속에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소설의 구성은 마치 선가의 심우도를 보는 듯하다. 첫째 심우(尋牛)는 소를 찾는 동자가 망과 고삐를 들고 산속을 헤매는 모습으로 묘사, 둘째 견적(見跡)은 소 발자국을 발견한 것을 묘사, 셋째 견우(見牛)는 동자가 멀리서 소를 발견하는 모습으로 묘사, 넷째 득우(得牛)는 동자가 소를 붙잡아서 막 고삐를 낀 모습으로 묘사, 다섯째 목우(牧牛)는 거친 소를 자연스럽게 놓아두더라도 저절로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게끔 길들이는 모습으로 묘사, 여섯째, 기우귀가(騎牛歸家)는 동자가 소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면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제1장 고독으로부터의 탈출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권태로운 현실과 따분한 일상으로부터 끊임없는 도피를 꿈꾼다. 남자나 여자나 청년이나 노인이나 소년이나 소녀를 가리치 않고 그는 새해 아침 무위로부터 탈출시켜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인간이 인간 앞에서 느끼는 헤아릴 수 없는 불안감과 낯섦, 자기 자신의 사진이나 거울 속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타인처럼 느끼는 단절감, 이것이 바로 부조리의 눈뜸이고 부조리 속으로의 온전한 감정이입이다.’ ‘인생이란 것 자체가 모순이고 삶이라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것이다. 전력으로 뛰어가면서도 자신이 왜 뛰어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15장 도피와 회귀로 마무리 된다. ‘동물이든, 미생물이든 죽는 순간 자신을 단생 시켰던 본질인 흙으로 회귀하는 거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거예요 자신이 태어났던 본질적인 곳으로 다시 회귀해서 또 다른 삶을 준비한다는 거지요

저자는 20053월 집필을 시작해서 16년동안 108번이나 이 책을 수정했다 한다. 여느 소설책처럼 술술 읽혀지는 책이 아니다 되새김이 필요한 책이다. 때때로 읽다가 덮여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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