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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좋다, 우리 가곡 - 내 쓸쓸한 마음의 울타리 ㅣ 한줄도좋다 1
장석주 지음 / 테오리아 / 2019년 12월
평점 :
한 줄도 좋다, 우리 가곡
장석주 著/테오리아
여행중 기차 안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사이즈도 아담사이즈고, 가까이에 스마트폰이 있으면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던 곡들은 제외하고 라도 한 곡 씩 검색해 이어폰으로 들려 오는 가곡과 함께 차창 밖 풍경과 독서를 함께 하면 좋은 책.
“꿈보다 해몽이 좋다” 는 속담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독자에게 선 듯 다가오지 않는 구절도 저자의 손을 거치면 마술을 부린 듯 또 다른 면모를 보게된다.
선가에 ‘달을 가르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나?’라는 선경어가 있다. 손가락 끝을 보는 독자와 달을 보는 저자와의 간극이 느끼어 진다. 저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저자의 시 한 수가 떠오른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달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장석주 作)
대추 한 알에서 우주의 질서를 보듯, 시 한구절에서 천하의 이치를 끌어 낸다. 거미 꽁무니에서 거미줄 나오듯 술술 잘도 나온다. 저자는 ‘우리 가곡에는 우리를 낳고 기른 토양, 우리의 얼과 넋의 바탕이 되었을 온 갖 씨앗을 품어 싹을 내는 흙과 버드나무를 스치며 부는 바람, 산과 둔덕과 들, 햇살의 초목들이 다 들어 있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 시구려 – 못잊어” 망각은 죽은 사랑이 묻히는 무덤이다. 사랑의 불꽃이 다 타고 남은 재를 망각이라고 불러도 좋다. 어떤 사랑은 끝내 망각할 수가 없다. 망각이 불가능한 사랑은 어쩌면 다 한 번도 시자괸 적이 없는 사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