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무시당하면 안 된다‘ 라는 명제는 한국 남성의 집단적 히스테리가 응축된 지점이 아닐까? 실은 당신들이 더 큰권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도 남성들은 요지부동이다. 감히 말하건대 "보편이 되기 위해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도 없었고,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자원도 없는 식민지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P31

고백은 용기와 솔직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권장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주로 고백하는 남성을 기준으로, 지극히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조성되었다. 사실상 젠더 권력과 위계에 의한 권력을 동시에 가진 남성들에게 고백은 여성을 다루는수단에 가깝다.
남성 본인의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이런 형태의 고백은거절하기 까다로운 상황을 만들어 여성을 궁지로 몰아간다. 남성이 고백해서 얻는 최악의 결과는 거절뿐이지만, 여성은 날벼락 같은 고백을 거절할 경우 예상되는 불편과 불이익을 고민해야 한다. 얼마나 불공평한가? 갑의 위치에 있는 남성들은 함부로 고백해도 괜찮은 상황을 한껏 이용한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와 같은 말이 어떤 경우에는 세상 모든 욕설보다끔찍할 수 있다. - P26

하고 의식 있는 사람이 언제까지 ‘나는 불쌍한 사람이다‘라고
‘자기 연민을 드러내는 일은 일종의 ‘도취‘다. 객관적 위치를망각하게 만들고,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한다.
동시에 주변으로부터 과도한 인정을 원한다.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손해 보고 희생하고 있음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이 이들이자기 연민을 드러내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에 공감해 주지 못하면 가족이든 애인이든 부하 직원이든 괴롭힌다.
그 억울함‘ 중 가장 인정받고 심지어 조장되기까지 하는 것은 연애 혹은 결혼 못 한 남자들의 자기 연민이다. 사회적으로도 그들을 제일 불쌍한 사람 취급한다. 아침 라디오 방송 디제이를 맡은 김제동 씨는 아직도 ‘못생기고 연애 못 해서 불쌍한 나라는 콘셉트로 웃기려 한다. 동년배 싱글 여성 예능인이그런 콘셉트를 잡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김제동 씨처럼 똑똑외치고 다닐 것인지 의문이다.
- P78

‘정상‘이자 ‘보편‘의 위치에서 사회를 규정하고 약자에 대해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던 이들이,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그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끌어내림‘을 당한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없다" "무섭다" 등등의 말로 억울함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그들의 작품을 통해 ‘보편의 위치에 서서 대리 만족하던 독자내지 소비자들은 그들의 충실한 지원군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도구화하지 않고서는 힘을 얻지 못하는 언어라면, 그 언어의 토대란 얼마나 빈곤한 것인가?
대중을 상대로 언어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내가 쓰고싶어서‘ 혹은 ‘그게 가장 적확하다고 느껴져‘ 혐오를 담은 발화를 한다? 고민 안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P142

폭력적인 장면이나 처연한 분위기를 살리는 장면에서 여자를폭력의 제물로, 배경적 소재로 써 왔던 게 한국 문학 특유의 버릇이었던 것 같다.

문학 평론가 김명인 교수는 2018년 10월, 이외수 작가의단풍)에 대해 "어떤 금기를 위반하는 일이 새로운 윤리를 만드는 일이 될 때 문학의 금기 위반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면에어떤 금기는 그것을 위반하는 일이 오히려 낡고 타락한 기성의윤리를 옹호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라고 진단했다. - P188

평소에는 시가와 비교적 사이가 좋거나, 아니면 시어머니로부터 육아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왜 명절에만 문제가 생기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명절은 단순히 부부와남자 부모 간의 문제가 아니다. 명절 행사는 곳곳에 퍼져 살던남성 혈족들이 각자 핵가족 형태의 정상 가족을 이끌고 모여드는 식으로 이뤄진다. 개인 간의 계약이나 룰이 개입되지 못하고, 서열화된 관습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 관습을 수호하는사람들은 대체로 질서를 바꿀 생각을 못 한다. 혈연 이외에는공통점 없는 사람들이 모여 그저 눈치만 보다 보니 하던 대로‘
하게 되고, 시대에도 안 맞는 가부장제 축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 P207

한 예로 지난 2017년 8월, SNS에 샤넬 백을 올린 한 작가의 글을 보고 "된장스러운 호들갑에 똥 밟았다" 라며 비아냥대다 거센 비판을 받은 중년 남성 논객이 있었다. 그를 비판하는사람들은 그가 올린 사진 속 산악자전거가 대체 얼마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자전거, 낚시, 오토바이, 게임 아이템 등 온갖 것에 돈을 쓰는 사람들이 왜 샤넬에는 질색할까? 남성들의 스타벅스 혐오는 더 황당하다. 2019년 6월 기준 전국 스타벅스 매장 수는 1,300개에 이른다. 스타벅스 매장이 이렇게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스타벅스를 가는 이유가 허영심 때문이라며, 일종의 사치재로 취급한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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