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비게 지내느라 지친 건가, 앤?" "물론 그래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쳤어요, 그렇긴 해도즐겁게 살려면 뭐든 해야 하아요." "예전에 앤은 혼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사는 사람이 "집에 앉아서 좋은 책을 읽고 쟁반에 담아 식사를 하면서요? 누구나 그런 따분한 시기를 거치죠. 하지만 전 새로운 원기를얻었어요. 그런데 로라, 먼저 그 표현을 쓰신 분이잖아요? 그게실현되는 걸 보니 기쁘지 않으세요?" "난 딱히 사교생활을 얘기한 게 아니었어." "물론 그런 의미로 한 말씀이 아니었죠. 로라는 뭔가 가치 있는 일을 찾으라고 하셨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로라처럼 공인이되고, 뛰어나게 체계적이고 진지할 순 없어요. 전 즐겁게 사는게 좋아요." "세라는 어떤 걸 좋아하지? 그 애도 즐겁게 사는 게 좋대? 딸은 어때? 행복한가?" "당연하죠. 그 아이는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앤은 가볍고 태평하게 말했지만, 로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로라는 세라가 거실에서 나가면서 한순간 몹시 권태로운 표정을지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치 웃는 가면이 순간적으로 흘러내린 것 같았고, 로라는 그 아래서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뭔가를힐끗 봤다고 생각했다. 세라는 행복할까? 앤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건 앤이 잘 알 터였다.
"희생이라니! 얼어 죽을 희생!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 하지만 앤은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동조할 수 없는 억울한하지 않고 있어, 그렇지?" 앤은 화들찍 놀라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무슨 뜻이죠?" 로라는 고익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희생이라니!얼어 죽을 희생!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뜻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 - 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 -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하지, 앤은 충분히 넉넉하지가 않았어." 앤은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 "전 세라를 위해, 제 인생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포기했어요. 그런데 로라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 고 하시네요!"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모두 다 제 잘못이라는 거잖아요!" 앤은 여전히 화를 냈다. 로라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인생 고민거리의 절반은 자신을 진짜 자신보다 더 좋고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생기지" 감정이 쏟아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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