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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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너무 좋다. 여러 작가의 물음에 대한 사유가 각양각색이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록작들이 다 좋았는데, 특히 <개와 꿀>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의 글은 읽으면 부끄러워질 만큼 솔직하고, 그래서 더 마음을 울린다.

살짝 이해가 안 되는 편은 <고도를 묻다>인데, 이 편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게 되었다. 독서가 독서를 부르는 경험을 하고, 다시 읽어보니 더 잘 읽혔다.

다양한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경험이 즐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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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위픽
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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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무 다정하고 착하게 다가오면 가식적인 느낌이 들어서 한 걸음 더 멀어지곤 한다. 청개구리 같은 사람. 그래서 마냥 토닥이는 책을 잘 읽지 못하는데, 작가님은 확실히 다르다. 내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준다고나 할까. 이 책도 그런 느낌이었다. 읽는 동안 고독과 슬픔이, 그리고 희망이 가득 느껴졌다. 그리고 책과 나, 이렇게 둘뿐이었다. 세상 배경 소리는 점점 흐려졌다.
이를 느끼면서 책을 들여다본 경험이 정말 오랜만이라 들떠 있었다.

치욕, 수모의 기억 → 가장 뜨겁고 치열했던 날들
고통의 환부 → 소중하고 간직해야 할 예쁜 기억
번거로운 순간 → 가장 아름다운 결말

'좌'의 기분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을 썼고, 아쉬움이 남아서지 않을까. 그러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생의 암흑기라 여겼던 감정과 기억도 '우'의 아름다운, 예쁜, 치열한 날의 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헤맨다. 그래도 조금 더 ‘잘’ 헤맨다. 좋은 쪽으로 향하고, 가고 있는 것이니까. 내가 불안하니까 타인의 감정을 더 잘 파악한다. 그러니 더 불안해도 좋지 않을까.

아 정말, 작가님의 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나도 이런 사람으로 나아가고 싶다. 다 안다고 오만하지 않고 길을 계속 찾는 사람, 타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사람. 완벽보다 ‘과정’에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어본다면, 나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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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 위픽
신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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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이 음률이 좋다. 시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하다. 표현들이 깔끔하고 딱 달라붙는다. 이토록 글을 잘 쓰시다니, 감탄하면서 읽어 나갔다.

가장 공감이 된 부분은 후회의 감정이다. 과거에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했더라면 하는 것 말이다. 무의미한 일일지라도, 떨쳐내지 못하면 몸에 끈적하게 남아있는 감정이다.

훌훌 단번에 털어내라는 무책임함이 아니라, 정말 조금씩 나아져보라는 위안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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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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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단편들을 계속 읽었다. 비슷한 결의 단편들을 연달아 읽으면 흐려지기 마련인데, 이 수상작집은 또렷했다. 갈대숲에 바람이 지나가며 쏴 하고 흔들리고, 사이로 햇빛이 스미는 장면이 떠오른다. 약간 쓸쓸한데, 공기가 맑고 따뜻하다. 이 기운 속에서 단 하나를 고른 심사위원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주란, 겨울 정원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일 수 있다. 엄마의 루틴과 자부심, 조용한 애정이 촘촘히 쌓여 있다. 가까운 자리에서 나를 응시하는 이야기. 겨울 정원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오래 남는다.

김성중, 새로운 남편
AI로 구현한 남편. 실체가 있든 없든 위안이 될 수 있지만, 막상 실체를 갖는 순간 다르게 다가오는 관계. 남편의 불온함까지 복제되는 기묘함. 기술로도 닿지 못하는 감정의 틈이 있다.

김연수, 조금 뒤의 세계
기차 안에서 시작되는 작은 인연. 짧은 잠, 스치는 꿈, 과거의 기억. 예술 세계의 내부로 잠시 걸어 들어가는 느낌. 잔잔하게 스며든다.

서장원, 히데오
차별을 견디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인물. 더이상 숨길 수 없는 정체성, 더이상 옛 모습이 아닌 자신. 알고 있던 사람을 멀리 보내는 감정. 그 텅 빈 자리가 서늘하다.

임선우, 사랑 접인 병원
기억과 습관까지 교환되는 수술. 냉소적인 톤 뒤에 숨어 있는 따스함. 어긋난 자리를 사랑으로 메우려는 마음. 마지막 장면의 감정이 오래 남는다.

최예솔, 그동안의 정의
가족의 거리와 가까움에 대한 이야기. 피보다 마음이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있다.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 틈 안에서 피는 온기.

쓸쓸한데 따뜻하다. 이 온도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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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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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워할 수 없는 김 부장님. 상사 세 명을 합쳐 만든 인물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현실적이다. 이런 김부장님은 어디에나 있고, 솔직히 우리 안에도 조금씩 있다. 나보다 덜 열심히 산 것 같은 동료가 잘 살고 있으면 잠깐 흔들리는 마음, 다들 한 번쯤은 느껴봤을 거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김부장님의 변화가 조급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붙들고, 예전엔 내치던 일도 해보고, 겉치레를 천천히 벗어내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백하고 뭉클하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김부장님, 응원하게 된다. 다음 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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