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보호라는 이름 아래 약자들을 가둬 두었던 시설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도가니』와 닮았다. 1968년 뉴욕 버펄로, 열다섯 살 메이린은 의붓아빠의 손길을 피했다는 이유로 엄마에 의해 '선한 목자의 집'에 보내진다. 세인트 윌다스의 소녀들은 가톨릭 집안의 바람직한 여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말을 요람에서부터 듣고 자랐다. 배경은 미국인데 우리나라인 줄 알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성차별적 가치가 아이들을 틀에 가두고, 힘없는 약자를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역겹고 끔찍하다.더 소름 돋는 건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는 수녀들이다. 소녀들을 가둬 세탁일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체벌하고, 의사가 소녀를 임신시켜도 묵인한다. 소녀들의 노동으로 번 돈은 노후 자금이라는 구린내 나는 이유로 몰래 숨긴다. 그러면서도 소녀들을 바르게 길들이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믿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온 일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니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아는 엄마가 딸을 보냈다는 것도 끔찍했다. 종교와 엮인 가스라이팅은 아끼는 딸에게조차 비인간적인 일을 강요하게 만든다. 더 많이 꿈꾸고 더 즐거운 경험을 할 나이였는데, 메이린은 소녀 시절을 빼앗겼다.트라우마는 수십 년이 지나도 기쁨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그 일을 겪은 소녀들이 삶을 내려놓는 대신 탈출을 택했고, 그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피오나의 오빠 플린은 메이린에게 말한다. "내가 널 구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난 널 보고 있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