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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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책임편집, 미국 현대문학 대표 작가 36인이 참여한 초대형 문학 프로젝트 《14일》.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누가 어느 부분을 집필했는지 처음에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 작가 명단은 책의 마지막에서야 공개되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선입견 없이 오직 이야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여러 작가가 함께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하나의 장편소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뉴욕의 오래된 빌라 '펀스비 암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도시 봉쇄로 고립된 세입자들이 옥상에 하나둘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서로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조금씩 연결된다. 각자의 사연을 들려주던 이야기 모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인물들의 관계 역시 조금씩 변화한다.

36명의 작가가 참여한 작품답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무척 선명하다. 나이와 직업, 인종, 말투, 살아온 환경까지 모두 달라 같은 공간 안에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는 재미가 있다.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결을 읽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가 특히 좋았다. 13일부터 긴장감이 서서히 쌓이기 시작해 마지막 14일에서 감정과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나는 서평단 미션으로 마지막 '14일'을 중심으로 읽었는데, 화자의 결이 달라지는 느낌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570쪽이 넘는 분량이라 결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는 액자식 구성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또한 코로나19라는 모두가 함께 겪었던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 서로 거리를 두어야 했던 시간, 끝이 보이지 않던 불안 속에서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버텨낸다.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이야기를 통해 연결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위로받는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4일》은 소설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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