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려면 꼭 해결해야 하는 숨은 난제들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지웅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 정착 얘기는 요즘 심심찮게 나온다. 화성 가자, 달에 기지 짓자. 각종 SF 영화들에서 자연스럽게 우주로 나가니까, 먼 미래의 일도 아닌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들도 우주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깐깐하게 따져본다. 스스로를 '우주 망나니'라고 부를 정도다. 다른 이들의 우주 기지 꿈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라, 위험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안전 가드레일을 세우고 싶다는 거다.

책은 생존의 기초부터 시작한다. 우주 방사선은 나쁘다는 건 알겠는데, 얼마나 나쁜지 정밀하게 결론 내리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현재 데이터는 대부분 원자폭탄 피해자나 방사성 물질 취급 종사자에게서 얻은 것들이라, 장기간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우주비행사들한테서 직접 데이터를 얻으면 되지 않냐고? 일단 표본이 매우 적고, 우주비행사들이 건강 이상을 숨기는 문화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커리어가 걸린 엘리트들에게 "몸 어때요?"라는 질문에 솔직한 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한 지휘관은 비행 전부터 염증 증세를 알고 있었지만 숨겼고, 동료 비행사의 임무까지 취소시켰다. 동료가 화를 낸 포인트는 몸을 숨긴 것이 아니라 들킨 것이었다.

아플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문제다. 무중력에서는 피가 공중에 방울방울 떠다니고, 체액 분포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국소마취가 제대로 퍼지지 않는다. 실제로 우주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외상 수술은 지금까지 0건이다. 그나마 있었던 테스트는 돼지를 대상으로 한 포물선 비행 중 심폐소생술 실험이었다.

임신과 출산은 더 복잡하다. 부분 중력 환경이 태아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화성 표면에 거대한 경사 원형 트랙을 지어 임신부가 계속 달리게 하는 것, 일명 '임신 롤러코스터'다. 저걸 아이디어라고 낸 건가 싶어 피식 웃었는데,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보낸다. 아니면 궤도 위에 허니문 여행지와 보육원이 결합된 '아기 우주정거장'을 만들자는 안도 있다. 한편 초창기 여성 우주비행사를 위해 NASA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배뇨 장치는, 여성 해부학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설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우주에서까지 겪는 남녀 차별이란🤦‍♀️

땅 얘기로 넘어가면 또 다른 현실이 기다린다. 달 표면에는 실리콘, 알루미늄, 티타늄이 풍부하다. 그런데 원소가 있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티타늄을 다루려면 1800도짜리 용광로가 필요하고, 날카로운 달 먼지 속에서 실리콘을 뽑아내야 한다. 집 마당 흙에 알루미늄이 있다고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달에서 실제로 쓸 만한 땅, 즉 햇빛이 들고 물도 있는 지역을 다 합쳐도 리히텐슈타인 면적보다 작다. 그 작은 땅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가 미래의 핵심 쟁탈전이 될 거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거주 공간 문제도 만만치 않다. 회전 바퀴로 인공중력을 만들면 된다고 하는데, 바퀴가 작으면 머리와 발이 느끼는 중력이 달라져 위장이 파업을 선언한다. 그래서 바퀴가 엄청나게 커야 하는데,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화성에서 건축 자재를 현지 조달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2021년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팀이 인간 혈액의 알부민 단백질을 화성 토양 샘플과 섞어 콘크리트 비슷한 재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오븐으로 구운 레골리스', '달 콘크리트', '혈액 콘크리트'를 더 멋짐에서 덜 멋짐 순으로 나열한 도표까지 있다. 혈액 콘크리트가 덜 멋짐에서 또 한번 웃었다. 작가의 문체가 참 재밌어서 어려운 과학이야기도, 지루할 수 있는 정치와 법도 참 재밌게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