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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 - 제13회 브런치북 소설 부분 대상작
이수민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평점 :
1400:1의 경쟁률을 뚫고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이라는 소개만으로도 자연스레 기대가 생겼다. 제목처럼 이 책에는 에그타르트, 컵케이크, 바나나 브레드, 치맥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책이 들려주는 것은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을 매개로 스쳐 지나간 사람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수록된 에피소드는 열다섯 편 남짓.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니고 분량도 길지 않다. 그래서 한 인물에게 깊게 몰입하기보다는, 한 편 한 편 짧은 온기를 건네받는 기분이 든다. 이야기의 결은 모두 비슷한 방향을 향하고 있고, 그 덕분에 책을 덮고 나면 하나의 긴 기억을 읽은 것처럼 잔상이 남는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의자 이야기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한 남자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자신을 위해 300만 원에 가까운 의자를 산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한 소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의자를 둘 공간을 만들고, 생활을 정리하고, 하루를 조금 더 성실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결국 그는 강의비를 마련하기 위해 의자를 팔지만, 마침 그 의자가 제작자의 유작이 되면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되고, 끝내 시험에도 합격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한 이유는 성공담 때문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당장의 허기를 채우는 소비가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기 위한 소비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결국 사람은 자신을 대하는 방식대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사평 가운데 "불화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온기에 마음을 뺏겼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거창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지만 잊고 있던 다정함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힘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수박을 사면 옆집에 몇 쪽을 나누어 주고, 엄마가 늦으면 이웃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놀던 날들. 경비 아저씨가 직접 기른 포도를 쥐여 주시고, 명절이면 전을 접시에 담아 이웃집 문을 두드리던 풍경. 그때는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반대로 가장 씁쓸했던 기억도 있다. 이사하면서 이웃들에게 이사 떡을 돌리고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낯선 사람이 준 음식은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차라리 대형마트에서 산 롤케이크를 주라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놀랐고, 곧 씁쓸해졌다. 서로를 의심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내가 그 시절로부터 생각보다 훨씬 멀리 와버린 걸까.
이 책은 음식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온기를 조용히 떠올리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구나 음식 하나쯤에 얽힌 자신의 기억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기억이 잠시라도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면, 이 책은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해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