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후 남은 비급여 약값을 갚기 위해 마트와 법정을 오가며 일하는 도화. 그런 그가 재판 통역 중 위험한 제안을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법정 통역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직업군을 전면에 갖다 놓았다는 점은 흥미롭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 저자의 필력 덕분에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듯 전개되고, 리듬이 가볍고 빠르다. 그래서 학생이나 평소 소설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또한 네팔어와 쿠마리 등 낯선 문화 요소들이 등장하며 이국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고, 잘못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적인 구조가 뚜렷하다. 주인공의 의리는 분명하고, 이야기의 마무리 또한 흔들림 없이 정리된다.도화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책임을 마주하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읽는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