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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면허 - 이동하는 인류의 자유와 통제의 역사
패트릭 빅스비 지음, 박중서 옮김 / 작가정신 / 2025년 7월
평점 :
여권은 비행기 탈 때 꺼내는 물건이라 여겨왔다.
우리나라 여권은 웬만한 나라 다 갈 수 있어서 여권 파워가 세다더라, 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여행 면허》를 읽고 나니 여권이 다르게 보였다.
작고 낡은 이 책자가 누군가에겐 국경을 통과하게 만들고, 누군가에겐 멈추라는 신호가 된다는 점이 신선했다.
책은 여권의 역사부터 예술가, 망명자, 심지어 외계인(?)까지 여권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뮤지션 선 라였다.
출생지를 ‘토성’이라 적고 자신을 외계인으로 증명했다.
말도 안 되는 설정 같지만 실제로 그 여권으로 세계를 여행했다고 한다.
조금 괴짜 같지만,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이 멋있게 느껴졌다.
마르코 폴로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저 모험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몽골의 칸에게 황금 패자라는 여행비자를 받아 움직일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다르게 생긴 이방인이 국경을 넘으려면, 옛날에도 권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권을 당연하게 여겨왔다면, 이 책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읽고 나니 여권을 다시 꺼내 보게 된다.
이 문서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어떻게 증명할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