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이 추천한 범죄소설이라고 해서 바로 읽어봤다. 실제로 존재할 법한 연쇄살인자의 비틀린 심리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인체 구조에 대한 병적인 집착에서 비롯된 범행이라는 점에서, 범죄자의 사고방식에 오히려 납득이 갔다. 세상에는 정말 이해 불가능한 차원의 악이 존재하구나.검시관 랜은 특히 인상 깊은 인물이다. 여성 법의학자로서 사건 현장에 직접 나서고, 누구보다 집요하게 진실을 좇는다. 그녀의 과거를 알고 나면 그 태도가 더욱 놀랍고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정말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캐릭터다.작가가 실제 검시관이라는 점이 내용 곳곳에서 드러난다. 부검 장면이나 수사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정교하고 현실적이다.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법의학 수사의 생생한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스릴러를 좋아하고 약간 잔혹한 묘사에 거부감이 없다면 몰입해서 단숨에 읽게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