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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평점 :
여성 작가가 썼거나, 여성에 대해 쓴 50편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
‘세상과 맞서 싸워온 여성들의 경험’을 다룬 작품들을 선별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한 소개서를 넘어 여성의 역사와 삶을 되짚어보게 됩니다.
리스트에는 낯익은 고전도 있고, 생소한 이름들도 있어요.
예전에 읽었지만 다시 만나고 싶어진 책도 많았고, 제목과 내용의 연결을 되새기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은 건 『겐지 이야기』.
11세기 일본 궁녀가 쓴 세계 최초의 대하소설로, 여성의 내면 심리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남성의 욕망과 복종의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괴로움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작가의 신분을 생각하면 더 감탄하게 돼요.
그 시대에, 그런 이야기들을, 그런 깊이로 풀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습니다.
『인형의 집』의 노라도 인상 깊었어요.
자신을 인형처럼 여긴 남편에게 "수많은 여성이 명예보다 사랑을 택한다"며 등을 돌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문을 박차고 나가죠.
입센은 이 작품이 여성권리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노라의 선택은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회자됩니다.
그래서 ‘여자만의 책장’에 넣을 만한 상징성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안네의 일기』는 아무리 읽어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숨죽인 공간에서 쓰인 글이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깊이의 사유와 성장이 담겨 있어요.
한 소녀가 어떻게 여성으로 자라나는지, 생각하고 느끼고 쓰며 견디는지를 보여주는 글.
그 시간이 너무 안타깝고 귀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전을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씩 다시 읽어보며, 여성의 삶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