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란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장! 심장! 심장아!!!”
다 읽고 나니 이 외침이 자꾸 떠오른다.

이 책은 SF 소설이지만, 인간이 어디까지 인간성을 포기하고도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지를 묻는 철학적인 단편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

표지만 보고 감성적인 기계 인간을 다룬 서정적 SF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모데란》 속 세계는 전쟁과 폭력, 명령과 맹종으로 유지된다.
주인공은 ‘살점 인간’으로 태어나 열 번의 ‘성형’을 거쳐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바꾸고 명령을 내리는 자 10번째 성체가 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작은 ‘살점’ 하나만은 끝내 남겨둔다. 그 살점은 폭력과 통제의 세계 속에서도 양심, 후회, 고통, 그리고 사랑을 끝내 부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모데란』을 읽으며 되묻게 된다. 사이보그가 된 존재는 여전히 인간일 수 있을까? 우리는 전쟁과 권력, 효율과 규율 속에서 어디까지 스스로를 허용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문장은 간결하지만, 설정은 압도적이며
어딘가 끝없이 불쾌하고 어지러운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미래와 SF라는 외피 속에서, 지금 우리의 현실—무감각해진 인간성과 맹목적인 시스템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SF 팬이라면, 철학적 질문을 좋아한다면,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읽게 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