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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이 문장의 ‘그녀’는 석상일 수도,
당시 사회에 의해 억눌린 한 여성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그녀를 지키다》는 종교, 파시즘, 여성, 예술, 비밀이 얽힌
정교한 조각 같은 소설이다.
왜소증을 가진 석공 미모와
자유를 꿈꾸는 귀족 가문의 딸 비올라.
서로 너무 다른 이 둘은 운명처럼 끌리고,
질투하고 비난하면서도 끝내 이해하고 우정을 나눈다.
비올라는 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비범함과 자유를 증명하고 싶었지만
시대와 사회, 성별은 그 꿈을 허락하지 않았다.
폭죽이 터지는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펴는 장면.
그 장면은 아름답고도 가슴 아팠다.
그녀의 날개짓은 결국 끝내 닿지 못했지만,
그 비극을 곁에서 지켜보는 미모의 우정이 더욱 먹먹했다.
미모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계를 딛고 명성과 성공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조차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 채
비올라와 다시 만나며 비로소 자신을 되찾는다.
피에타 석상에 새겨진 슬픔과 사랑의 비밀을 따라가는 전개도 흥미롭다.
조각이 만들어지는 상상을 하는 재미도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
《그녀를 지키다》는
단지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잊힌 여성과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다.
읽고 나면,
마치 마음속에 조각 하나가 남은 듯한 감각이 오래도록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