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이야기가 엄정한 논리와 공존한다. 가히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책은 마법과 주술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공상적인 엄격한 추리소설의 골자를 매력적으로 선사한다. 비현실적인 인물과 상황이 존재하기에, 이에 맞춰 논리는 오히려 더욱 치밀하고 촘촘하게 설계된 듯하다. 어울리지 않음이 오히려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나는 '저주받은 데인인'이 정말 나타났을 때와 '미니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 가장 인상깊었다. 첫 번째는 생각 못 했던 내용이라 놀랐다. 그저 공포감을 고조시키는 용도로 언급된 줄 알았는데 정말 나타날 줄이야. 두 번째는 추리 결과를 말하는 대목에서 책 속에 숨어 있던 문장들이 떠오르며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짜릿했다.책의 분량이 방대하지만, 매끄러운 서술로 인해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너무 빨리 읽혀 아쉬움이 남을 지경이었다. 다수의 등장인물과 생소한 배경 설정을 고려할 때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은 결코 용이한 작업이 아니었을 텐데, 모든 설정이 자연스럽고 납득 가능하도록 탁월하게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