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은의 가족사는 조금 복잡하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엄마는 애인이 있으며, 아빠는 새 부인의 딸인 승지를 키우는데, 승지의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빠는 승지와 승지의 토끼를 호은에게 맡기고 사라진다.엄마와 호은, 승지는 아빠를 찾아다니며 아빠의 자취를 따라가지만, 결국 아빠를 찾지 못하고 엄마는 승지를 친척 아줌마를 자처하며 돌봐주게 된다.엄마와 아빠는 서로 잘 맞는 부분이 없어 보인다. 아빠는 이상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몽상가이고, 엄마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꿈 정도는 희생하는 현실주의자이다. 삐걱이는 시간을 보내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새 사람을 만난다. 그 사이에서 딸 호은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과 애정, 사랑에 대한 의문을 갖고 계속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방황한다. 엄마와 호은의 관계가 안정적이게 되며 서로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승지의 등장이다. 정말 달가울 수 없는 아이의 등장이다. 이 아이의 거처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동안은 같은 목표를 지니게 된 모녀. 나는 소설 속 상황을 비교적 그대로 잘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다. 아빠도 엄마도 승지도 호은도 모두 그럴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여동생이 있다. 가족들 성향도 우연히 조금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말들, 특히 호은의 생각과 호은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 너무나 공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