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깊이와 아름다운 표면
고충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간혹 미술 전시회에 가면 작가의 전시 카탈로그를 읽어본다.

미술 평론가들이 쓰는 전시 서평을 읽어보기 위해서.

 

그림은 일차적으로 눈으로 읽힌다.

건방진 소리겠지만, 눈에서 걸러지는 그림들이 있고

망막을 통해 가슴 깊이 어떤 떨림으로  다가오는 그림들도 있다.

 

어떤 그림들이건 그림이 전해주는, 그림에서 전해받는 느낌을 캐치하면

그걸로 족하겠지만,

 

그럼에도, 전시 서평을 읽은 것은 그림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특정 작가의 세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다.

 

그런데, 많은 경우, 미술 서평은 일반인에게는 너무 어렵다.

내용이 어렵다는 게 아니라,  글이 어렵다.

무슨 말인지 일반인에게는 의미 파악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고충환씨가 쓴 이 책은 참으로 편하게, 쉽게 읽힌다.

내용이 편하다, 쉽다가 아니라, 글이 편하게, 쉽게 읽힌다.

무슨 말인지 일반인에게도 의미 파악이 제대로 된다는 얘기다.

 

고충환씨의 글을 읽기 전에는,

미술은 감성에 더욱 호소하기에

미술평론도 감성적으로(???) 읽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았다.

이성적으로 파악하려니 무슨 말인지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평론이란 어쨌거나 이성적인 작업이고 글이라는 매체로 일반인에게 다가오는 이상

독자들에게 미술,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와 아울러,

기본적으로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무서운 깊이(사유의 깊이)와 아름다운 표면(예술).

니체가 쓴 어느 책의 구절이라는데,

 

미술 평론을 읽는 즐거움을 준 미술평론가의 책에서

미술평론가 고충환씨의 무서운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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