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지간해서는 부정적인 평을 쓰지 않는 편인데,

솔직히

이 책은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닐 게이먼의 이야기 솜씨는 여전히 끝내준다.

문제는 한국어 문장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라 불리는

닐 게이먼의 책이라면

좀 더 조심해서 번역하고 글을 다듬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닐 게이먼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듯

이 책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신화를 저자가 추리고 자신의 상상을 더해 새로 쓴 '이야기'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문장이 너무 딱딱해서 내가 지금 논문 번역을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저절로 든다.


두세 문장 건너마다 '~ㄴ 건', '~ㄴ 게' '~ ㄴ것이다'가 눈에 턱턱 걸려 짜증이 올라온다.


시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머리카락!"이 다였다.

(중략)

왜냐하면, 뭔가 일이 잘못될 때마다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은 이게 다 로키 짓이라는 거잖아.

->이 정도 문장은 애교로 봐줘야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세계수에는 기어올라갈 수 있다.

->??????


그가 신경에 거슬리는 것들을 향해 내던졌다가 빗맞히는 바람에 잃어버린 훌륭한 무기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 읽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닐 게이먼의 문장이라 원문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어 문장을 읽고 있는데도 영어 원문이 뭐였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우리말답게 매만지든지 아니면 소설 번역 전문가가 번역했으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원서를 살 것을... 


닐 게이먼의 팬이라

그저 그의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논문을 보는 기분이라도 괜찮은 사람이면 보시고,

닐 게이먼의 팬이며 그의 이야기 솜씨를 온전히 누리고 싶은 사람은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몇 쪽 읽어보시고 판단하신 후 구매하시길.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짜증 나는 부분

중간 중간에 인쇄가 미세하게 번져 있는 곳이 많아서 읽다 보면 눈이 피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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