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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y the Wimp (Paperback)
앤서니 브라운 지음 / Walker Books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이런 반응을 일으킨다. 파~하하하, 갑작스런 반전으로 큰 웃음을 주거나 화면 구석구석 작가가 심어놓은 웃음 코드를 따라 피식대며 쫓아가는 식이다. 윌리 시리즈 중에서 소심하고 겁많은 이들을 위해 앤서니 브라운이 준비한 선물, 겁쟁이 윌리.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스윽 훑어 보는 책이 아니다. 그림책을 온전히 갖고 놀아야 한다. 그의 책은 현실을 여러 겹 꼬아 다시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겁쟁이 윌리, 많은 것이 변했지만 속마음은 변하지 않은 윌리,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윌리,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운동하는데 표정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처진 눈과 입꼬리는 그를 무척이나 소심하게 보이도록 한다. 파리 하나 못 죽일 것 같은 윌리,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길에서 부딪히면 ‘어머, 미안해요’라는 윌리. 그의 그림자마저 소심해 보인다. 어느 밤 악당 벌렁코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윌리는 변신을 결심한다. 무서운 권투, 멋쩍은 에어로빅 등등 외모의 변화에 따라 윌리는 웃는다. 그의 변신은 무죄. 큰 키, 넓은 어깨, 튼실한 두 다리, 거기다 가슴 근육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윌리는 자기 모습이 좋아진다. 거울 속에서 자신감 있게 웃고 있는 윌리의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다. 눈치보며 운동하던 윌리는 이제 없다. 당당히 길을 걷고 있던 윌리는 악당 벌렁코 무리들에게 해코지를 당하던 밀리 공주님까지 구하게 된다. 당당한 외모에 예쁜 여자 친구까지 생긴 윌리, 그는 정녕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가슴근육을 자랑하며 당당히 걷던 윌리는 그만 가로등에 부딪히며 말한다.
‘어머, 미안해요’
하하하, 하고 웃는다면 아마 이런 걸 느끼지 않았을까?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외모가 변한다고 내면까지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 소심한 모습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좋다는 것, 사과할 줄 아는 윌리에게 가슴 깊은 곳에서 감정이입하게 된다는 것.
살아가면서 어떤 것들을 억지로 바꾸고 변화시킬 필요가 없다. 사실을 인정하고 지금 발 딛고 있는 그 지점에서 시작하면 된다. 예민하고 소심한 어린이들이 좋아할 그림책이지만 주눅 든 어른들에게 주고 싶다. 소심쟁이들, 그대들은 누군가를 배려하는 큰 마음을 가진 작은거인일 수도 있어. 현실을 즐겨!! ㅋㅋ